[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최형우 회심의 만루포… 달구벌에 환희를 쏘다

입력 2012-10-25 22:16


“홈런을 의식하기보다는 내게 찾아온 기회에 감사하며 타석에 서겠다.”

삼성 거포 최형우(29)가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를 앞두고 밝힌 각오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슬럼프에 허덕였던 최형우는 한국시리즈 때 홈런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활짝 웃었다.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은 좌타자 최형우의 만루홈런과 좌완 특급 장원삼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8대 3으로 이겼다. 2연승을 거둔 삼성은 인천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1, 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이 우승한 경우는 15번 중 14번(93.3%)에 달한다. 3차전은 27일 오후 2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지난 시즌 홈런(30개), 타점(118개), 장타율(0.617) 등 타격 3관왕에 올랐던 최형우는 이번 시즌 타율 0.271, 14홈런, 77타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지난 4월엔 타율 0.167, 5타점으로 부진하자 4번 타자 자리를 빼앗겼다. 5월엔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도 당했다. “자만했다. 야구를 쉽게 봤다”고 털어놓은 최형우는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시리즈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0-0 균형은 3회말 깨졌다. 삼성은 7번 조동찬, 8번 진갑용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9번 김상수는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배영섭은 SK 선발투수 마리오 산티아고의 2구째를 통타, 중견수를 넘는 2루타를 만들어 두 주자를 홈으로 보냈다.

잘 버티던 마리오가 흔들렸다. 정형식을 삼진으로 잡아낸 마리오는 이승엽을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4번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어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리오가 볼 카운트 1스트라이트 2볼에서 4구째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최형우는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은 아치를 그리더니 우중간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삼성은 순식간에 6-0으로 달아났다. ‘사자군단’ 마운드의 높이를 봤을 때 SK가 넘어서기 어려운 점수 차였다.

삼성 마운드에선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17승(6패)을 기록하며 다승왕에 오른 장원삼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선발 등판한 장원삼은 6이닝을 2피안타 7탈삼진으로 잘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6회초 SK 선두 타자 정근우에게 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다.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최형우는 경기 후 “변화구가 밋밋하게 들어와 노려서 친 게 만루홈런이 됐다”며 “지난 몇 달 동안 홈런을 못 쳤는데 모처럼 짜릿한 손맛을 느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