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백인 남성 표심이 움직였다
입력 2012-10-25 19:17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최대 원인은 백인 남성표의 이반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대선 1차 토론 이후 오바마의 우세가 흔들리고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약진한 중심에는 백인 남성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인 남성 가운데 롬니와 오바마의 지지율은 65%대 32%로 배나 차이가 났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백인 남성들의 후보 지지율이 이처럼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2008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 백인 남성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후보 지지율은 57%대 41%였다. 백인 여성 가운데 오바마와 롬니 지지율은 44%대 53%로 롬니가 우세했지만 그 차이는 남성에 비하면 별로 크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불만과 신뢰 하락은 대부분 이들 백인 남성(주로 고졸 이하)들로부터 나왔다.
경제 문제를 누가 잘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백인 남성의 65%는 롬니를 꼽았으나 오바마는 30%에 그쳤다. 두 후보 간 격차가 35% 포인트로 벌어진 것으로 이달 중순 조사에서는 19% 포인트(57%대 38%)에 불과했다. 특히 같은 기간 백인 여성과 비백인 여성에게는 선호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백인 남성의 표심 변화가 놀랍다. 일자리 등 경제에 불만이 있는 백인 남성들이 1차 TV토론에서 롬니의 새 모습을 확인하고 선호 후보를 대거 바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바마는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의 75%, 흑인의 95%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종별 지지 후보가 뚜렷이 갈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에서 예상투표자 중 49%는 롬니, 48%가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예상투표자 중 다수가 세 번째 토론회에서 오바마가 잘 했다고 답했지만 롬니의 이미지 또한 좋아졌다고 밝혀 마지막 토론회가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를 13일 앞둔 이날 38시간 동안 8개 주를 동분서주하는 살인적 유세 행군에 나섰다. 승패가 걸린 경합주를 샅샅이 훑은 것이다.
그는 24일 새벽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오전 아이오와주 대븐포트에서 유세하고 오후에는 콜로라도주 오로라와 덴버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저녁때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했다. 그 사이에도 경합주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버뱅크의 NBC 스튜디오에서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이어 한밤중에 플로리다주 탬파에 도착했다. 하루에만 미국의 동부에서 서부로, 다시 동부로 여행한 셈이다. 그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비치된 야전침대에서 자면서 유세 행군을 강행하고 있다. 그는 이튿날에는 버지니아와 오하이오주를 찾은 뒤 정치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들러 조기 투표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