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형씨 소환 안팎] 내곡동 땅 단순 명의신탁 여부·12억 출처 집중 조사
입력 2012-10-25 23:45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수사 개시 9일 만인 25일 이시형(34)씨를 불렀다. 특검팀이 수사기간(최장 45일) 5분의 1 정도 지난 시점에 시형씨를 전격 소환한 것은 그를 수사의 ‘종착점’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시형씨에게 내곡동 부지 자금 마련 방식을 알려줬고, ‘MB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매입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나오는 등 수사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창훈 특검보는 “수사 절차상 지금이 시형씨 소환의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곡동 사저 사건은 2010년 12월 국회가 부지 매입 예산을 ‘40억원+α(예비비)’로 책정하면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을 퇴임 후 사저로 이용하기 위해 70억원을 요구했던 청와대 경호처는 한정된 예산으로 부지 선정 작업을 한 끝에 내곡동 20-17번지 등 9필지를 선정했다. 부지의 총 가격은 54억원(경호처 42억8000만원+시형씨 11억2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예산이 확정된 만큼 이 돈을 최대한 활용하고, 나머지는 이 대통령 가족의 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매입 전략을 짰을 수 있다. 미리 각자가 분담할 땅값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지분 비율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결국 같은 필지임에도 경호처가 부담을 더 지고, 시형씨는 싼 값에 땅을 사게 되는 불균형이 빚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형씨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크게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다. 검찰은 두 가지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지만, 소환 조사나 매입 자금 출처 추적 등을 하지 않아 증거 수집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부동산실명제법의 경우 명의 신탁자와 수탁자 모두 처벌된다. 시형씨가 땅값으로 조달한 12억원의 출처와 매입 과정 등을 조사한 결과 그가 단순히 명의 신탁자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나면 이 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특검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김 여사는 방문조사나 서면조사 등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배임 혐의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여부와 맞물려 있다. 땅의 실질 소유주가 이 대통령 내외라고 드러날 경우 부지 매입으로 생기는 이득의 귀속자 역시 대통령 부부가 되기 때문이다. 특검은 시형씨를 상대로 부지 매입이나 자금 조달 과정에 부모가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청와대 실무진이 입을 다물면 이 대통령 내외의 배임 여부는 밝혀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검팀은 시형씨를 비롯해 이상은 다스 회장과 부인 박모씨 등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에 일단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후에는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 전 기획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모두 검찰이 ‘사건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며 각하했던 인물들이다. 이 특검보는 “사건 관련자는 전원 소환이 원칙”이라고 재확인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