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농성장 방문… 현장서 마주친 심상정 후보와는 대화
입력 2012-10-25 19:11
울산행 같은 열차 탄 文·安, 눈인사도 없이 ‘찬바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25일 나란히 영남을 공략했다. 영남은 전통적인 새누리당의 텃밭이지만 두 후보 모두 이 지역 출신이고 최근 민심 흐름도 심상치 않아 12월 대선에서 이변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전날 안 후보의 정치 쇄신안을 놓고 정면충돌한 때문인지, 두 후보는 같은 기차를 타고도 서로를 외면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25일 울산 명촌동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현장을 찾았다. 해고 노동자 최병승씨와 울산 비정규직노동조합 사무국장인 천의봉씨는 9일째 이곳 송전탑의 지상 20m 지점에 합판을 깔고 사측에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굳은 표정의 안 후보는 철탑 밑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천씨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오늘을 계기로 국민들의 관심이 커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막농성장에서 가진 간담회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재차 주장했다. 안 후보는 노조원들의 고충을 들은 뒤 “공공(기관)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면 편법적인 비정규직이 양산되지 않게 될 것”이라며 “돌아가서 열심히 언론과 국회 등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불법파견 문제를 언급하며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을 처벌해 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앞서 오전 서울 신도림동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G밸리 최고경영자(CEO)포럼 강연에서는 “재벌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기업을 압박했다.
안 후보는 비슷한 시간에 농성장을 방문한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 노회찬 의원 등과 우연히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심 후보는 “(안 후보 방문으로) 노동자들이 큰 힘을 얻을 것”이라 말했고 안 후보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같은 KTX에 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는 눈인사도 없이 지나쳤다. 안 후보가 오전 10시 서울에서 탑승한 KTX에 오전 11시55분 동대구역에서 문 후보가 올랐다. 두 후보는 울산에 도착할 때까지 20여분 같은 열차의 서로 다른 칸에 앉아 있었다. 먼저 내린 문 후보가 대합실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사이 안 후보는 울산역을 빠져나갔다. 정연순 대변인은 “안 후보가 동대구역에서 문 후보가 같은 열차에 탄 걸 알았다. 울산역에 환영 나온 지지자들이 많아 인사 나눌 기회를 잡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식적으로 두 번째 ‘내조 행보’를 했다. 지난 7일 ‘제1회 한마음 전국의사가족대회’에 이어 이날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2 간호정책 선포식’에서 축사를 통해 “안철수씨와 한집에 사는 김미경”이라며 안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울산·창원=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