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배상 길 열리나
입력 2012-10-25 21:32
피해보상 전망이 막막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내달 열리는 환경보건위원회에서 판가름난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는 11월 중 소집될 예정인 환경보건위원회에 가습기 살균제 건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보건법 제19조 ‘환경성질환에 대한 배상책임’ 조항은 “사업 활동 등에서 생긴 환경유해인자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환경성질환을 발생하게 한 자는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성질환 판정이 날 경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한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피해배상이나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된 환경보건법 19조 ‘환경성질환’ 조항이 적용된 전례는 아직 없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사망자만 최소 53명이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가해자들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긴 소송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환경보건법 19조에 처벌조항은 없지만 정부가 피해배상 행정명령을 내리면 신속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던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우선 보상을 해주고 가해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소장도 “국가가 피해보상 소송의 원고로 나서야 한다”면서 “국가가 먼저 피해구제와 보상을 실시한 뒤,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개념을 환경보건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이지윤 환경보건정책과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해서는 당초 제조물책임법(PL)에 따르는 게 옳다고 봤다”면서 “그러나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중독증’도 환경성질환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환경보건위원회의 검토와 심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정부의 구상권 행사 등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