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파도 넘어라”… 기업들 초비상경영 몸부림

입력 2012-10-25 19:06


“비상경영 체제를 뛰어넘는 초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한 임원은 25일 내년 사업계획과 예산 편성에 들어간 최근 회사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초비상경영 체제 하에서 ‘3대 생존전략’ 원칙도 수립했다고 덧붙였다. 부서별 경비 20% 절감, 미수금 회수 등 현금 확보 주력, 위험요소 내포 사업 유보 또는 중단 등이 그것이다. 또 인력 감축은 현재 고려 대상이 아니지만 연말까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사업조정 및 인력조정에 돌입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침체, 내수부진, 원·달러 환율 하락, 정치권 압박 등 다중 악재에 처한 대기업들이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2분기에 비해 17.8% 감소하고, 포스코도 ‘영업이익 1조클럽’에서 탈락하는 등 대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모두 ‘저성장 시대’를 예고하자 서둘러 비상경영 체제의 강도를 높이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현안 진단’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부진으로 빠른 수출 회복이 어렵고 가계부채, 부동산 침체, 서민물가 부담 등이 내수 회복의 걸림돌”이라며 “저성장 장기화에 대비해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창사 4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 시행에 돌입했고 해운업계 등은 유동성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금 조달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임원들은 오전 6시30분 ‘새벽출근’에 이어 토요일에도 상시 임원회의를 열어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위기 대응방안을 조율하고 나섰다.

금융사들도 내년 경영 목표를 일제히 ‘리스크 관리’로 잡았다. KB금융지주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내실경영을 통한 안정적 수입확보를 내년 목표로 내세웠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년도 경기 악화를 전제로 한 ‘수익성 방어’에 골몰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내부 경비를 줄이고 부실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초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재계를 대신해 경제단체들도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에 대해 대응하고 나섰다. 특히 국정감사에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음 달 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등 유통업체 오너들을 청문회로 부르기로 결정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이번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의 경우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50명 중 29명이 기업인들”이라며 “국정감사가 정부정책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모습보다 대기업을 비판하기 위한 기업감사로 진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전국 71개 상의회장단 역시 이날 창원 풀만호텔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경제민주화 논의 과정을 통해 반(反)대기업 정서가 조성돼 우려된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복지, 세제, 노동 정책들은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증세 논란’과 관련, “급격한 복지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국가 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장희 진삼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