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하면 한국, 외환위기 때보다 위험”… 로치 교수 금융硏 세미나
입력 2012-10-25 21:31
“한국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 수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위기 극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25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방향’ 세미나에서 “한국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는 외부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취약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로치 교수는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주축으로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한국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아시아 부문 사장을 지낸 로치 교수는 월가(街)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그러나 로치 교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대해선 일축했다. 그는 “앞으로 적어도 15년 동안은 중국이 건재하리라고 본다”면서 “중국 정부는 현재 세계 경기 부진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분리하는 작업과 동시에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더디게 회복하는 이유로 글로벌 불균형의 심화를 지목했다. 미국·유럽 등에서 강력한 디레버리징(채무 감축) 정책을 펴면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은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 등 대선 후보들이 최근 경제 위기를 빠져나가는 수단으로 반중국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