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씨, 내곡동 특검 피의자 신분 출두… “있는 대로 설명하겠다”
입력 2012-10-25 22:03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이광범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역대 11번의 특검에서 현직 대통령 아들이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시형씨는 오전 10시10분쯤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두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에서 다 얘기하겠다. 있는 대로 설명 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특검팀은 시형씨를 상대로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땅값 분담 비율이 대통령 가족에게 유리하도록 정해진 경위, 이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거처할 사저 부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매입하게 된 과정 등을 집중 추궁했다.
시형씨는 특검 조사에서 “아버지에게 들은 대로 직접 돈을 마련했으며 땅 지분 비율이나 금액 문제는 아는 바 없다. 사저 부지도 아버지에게 되판다는 계획으로 내가 산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훈 특검보는 “시형씨가 변호인 참여하에 (해명) 자료를 갖고 적극적으로 소명했다”고 말했다.
시형씨는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경호처와 시형씨가 지난해 5월 내곡동 사저 부지 9필지(총 54억원) 가운데 3필지를 공동소유 형태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가 내야 할 부담액 일부를 경호처에 떠넘겨 국가에 6억∼8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단순 지분 비율만 놓고 보면 주택이 있던 20-17번지(총 25억원·528㎡)의 경우 330㎡를 소유한 시형씨가 15억6109만원을 부담해야 했지만, 실제 10억1775만원만 냈고 나머지는 경호처 예산으로 충당했다. 시형씨는 명의만 빌려줬고 사저 부지의 실제 소유자는 이 대통령 내외가 아니냐는 의혹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부지 매입 자금으로 조달한 12억원의 출처도 집중 조사했다. 시형씨는 검찰 조사 때 낸 서면답변서에서 6억원은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 자택에서 가져다 청와대 관저에 보관했고, 나머지 6억원은 어머니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러나 이 회장에게 빌렸다는 6억원은 운반 과정이나 출처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이상은 회장 부부도 가급적 빨리 조사키로 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시형씨 조사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 내외에 대한 조사 여부 및 방식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특검보는 이에 대해 “민감한 문제이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