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盧-김정일 대화록 봤지만 내용 말못해” 천영우 애매한 발언
입력 2012-10-25 18:52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지만 말할 수 없다”고 애매하게 말해 정치권 공방에 기름을 끼얹었다.
천 수석은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감에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정상회담 중 공개된 내용 외에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NLL에 관한 이야기와 노 전 대통령이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식으로 한 건데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한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대화록을 본 적은 있다. 내용은 비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답했다. 같은 당 신의진 의원이 재차 질의하자 “분량이 많고 내용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도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천 수석이 모호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박지원 의원은 “정상회담 녹취록은 없고 단독회담도 안 했다. 정상회담 후 회담해설 자료를 냈다”며 “이것을 ‘녹취록이다, 단독회담이다’라고 하니 혼선이 오는 것이다. 천 수석은 녹취록을 본 것이냐”고 되물었다. 박 의원은 “한일회담 당시 ‘김종필-오히라 메모’는 60년간 기밀로 분류됐고 류우익 통일장관은 ‘재직 중 일은 말하지 않는 게 공직자 윤리’라고 했다”면서 “직업외교관은 영혼이 있어야 하는데 천 수석은 오늘 그 영혼을 파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천 수석은 “회담 기록을 본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비슷한 질의했고 천 수석은 “정문헌 의원이 말한 문서가 무엇인지는 제가 알지 못한다”며 이전 발언을 번복했다.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정문헌 의원은 비밀회담에서 ‘NLL 발언’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다가 ‘공식 단독회담에서 그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치고 빠지기’를 했다.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면서 “NLL을 지킨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국감에서는 특별검사가 수사 중인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구입 의혹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내곡동 사저 실소유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이시형씨 이름으로 계약한 것 자체가 부동산실명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이 편향적인 특검을 추천해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새어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