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인간과의 만남, 그 새의 비극이 시작됐다
입력 2012-10-25 18:16
도도의 노래/데이비드 쾀멘/김영사
도도(Dodo)는 날개가 없었다. 퇴화됐다. 날지 않고 땅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를 만끽하던 도도는 수만 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을 만난 지 불과 150년 만에 멸종된 비극의 새이다.
도도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있는 모리셔스라는 작은 섬에 살았다. 날지 못하는 특징은 불리한 조건이 아니었다. 도도는 새 치고는 수명이 긴 30∼35년을 살았다고 한다. 애초에 포유류가 살고 있지 않았던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를 위협할 만한 포식동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16세기에 인간이 섬에 상륙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도도는 인간과 그들이 섬에 들여온 가축에 의해 멸종의 길로 내몰려 마침내 17세기에 이 세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멸종 사례는 그 이전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있었지만, 도도의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자신이 직접 다른 종을 멸종시켰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최초의 사례였다.
‘라푸스 쿠쿨라투스’라는 학명의 도도는 비둘기목에 속한다. 비둘기 정도의 키에 지방이 많아 비대해진 몸을 되똥거리며 땅에 떨어진 열매를 먹으려고 뛰는 모습을 본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 도도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도 없다. 1638년 모리셔스 섬을 찾았던 사람의 기록에 따르면 도도의 울음소리는 거위 새끼가 꽥꽥거리는 소리와 비슷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도의 울음소리가 어떤 것인지는 영원히 알 수 없다. 발굴된 도도의 뼈를 꿰어 맞춘 골격 서너 개가 박물관에 보존돼 있는 게 전부다.
도도를 잡아먹은 최초의 기록은 1601년 출판된 항해기에 등장한다. “이 새는 날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날개는 없고 거무스름한 색의 깃털만 몇 개 나 있었다. 꽁지깃은 가늘고 구부러진 회색 깃털 몇 개가 다 였다. 우리는 이 새를 발크뵈헬이라고 불렀는데, 오래 끓일수록 고기가 질겨져서 먹기가 힘들기 때문이다.”(364쪽)
발크뵈헬은 네덜란드어로 ‘역겨운 새’라는 뜻이었다. 인도양을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고기의 공급원이었던 도도는 한 번에 알을 한 개만 낳았다. 하지만 인간은 섬에 돼지와 원숭이를 들여왔다. 돼지와 원숭이는 도도의 알을 즐겨 먹었다. 가장 최악의 생태학적 귀결은 도도에게서 발견된다. 인간을 믿는 순간, 인간이 던져준 열매를 먹는 순간, 멸종을 각오해야 하므로.
미국의 생태 저술가인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지난 400년 동안 인류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지배 영역을 확장할 때 멸종은 대체로 섬에서 일어났다. 섬에서 일어나는 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본토에서 일어나는 멸종 위기를 이해하는 최선의 길이다.”(361쪽)
멸종은 신석기시대 이후 인류의 항해가 처음 시작된 수천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근세 들어 멸종률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몇 십 년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의 왕국은 절반 이하의 종으로 쇠락할지도 모른다. 한 번 사라진 종은 다시 태어날 수 없다. 멸종은 단순히 특정 생물의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생태계에 저지른 행동이 곧바로 다시 인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은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인류도 멸종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충호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