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가족이 검찰에 불려가는 악순환

입력 2012-10-25 18:43

이런 불행한 일 없도록 법망 촘촘히 짜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피의자 신분으로 특별검사 조사를 받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어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으로 이광범 특검의 조사를 받은 것이다. 임기 말이면 대통령 가족이 예외 없이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이런 비극적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번 사건은 아버지가 임명한 특검에게 아들이 조사받는 모양새가 돼 보기에 더욱 사납다. 시형씨가 주도적으로 일을 벌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이전의 대통령 친인척비리와는 성격이 다르긴 하다. 그러나 이미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는 역대 정권 출범 때마다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 비리 척결을 외치다가 임기 말엽이면 어김없이 이들의 비리로 정권의 도덕성이 무너지는 역사를 갖고 있다. 임기 말 최고 통치권자의 친인척 비리는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 정권의 업적을 송두리째 잊게 만든다는 점에서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 국민권익위, 감사원,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수많은 감시기관이 도대체 어디서 뭘 했기에 이런 일이 행사처럼 발생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탁하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호언하며 기업인을 자살하게 만들 정도로 공개적으로 경고했지만 결국 가족 전체가 비리로 얼룩졌다. 이 대통령 역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목소리 높였지만 누구나 예상했던 만사형통으로 불리는 형님의 비리를 막지 못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이들의 비리를 외면하거나 침묵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 초에는 최고 권력을 차지했다는 승리감에 취해 떠들썩하게 논공행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세력과 그걸 이용하는 이권 세력의 결탁은 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위세가 하도 시퍼레 감시기관도 힘을 쓰지 못하다가 정권 말 권력누수 현상이 생기면 하나둘씩 비리가 드러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권력에 기대 이권을 챙기려는 무리들은 직접 접촉이 안 되면 두세 단계를 거쳐서라도 줄을 대려고 집요하게 로비를 벌인다. 이 같은 불법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본인의 철저한 주변관리와 함께 대비책을 완벽하게 세우는 일이 필수적이다.

마침 차기 정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유력 대선 후보들도 나름대로 친인척비리 근절책을 발표했다.

특별감찰관 신설과 함께 대통령 재임기간 중 친인척의 공직 진출을 제한하자는 안에서 대통령 후보자도 친인척까지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안까지 다양하다. 남은 과제는 이를 법률로 만들어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의 악순환은 이제는 끊어야 한다. 다시는 대통령이 친인척비리로 공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