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취약 우려 덜어준 SCM
입력 2012-10-25 18:42
올해 열린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는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모든 유형의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전방위 대비체제를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그 하나고,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환수에 따른 새로운 한·미 지휘협조기구를 창설키로 했다는 게 또 하나다. 이는 그간 북한의 도발 및 위협이 갈수록 증대돼 왔고, 그럼에도 시한에만 얽매여 전작권을 전환하고 연합사를 해체함으로써 안보가 취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덜어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우선 북한의 도발 및 위협 증대와 관련해 양국이 기존의 재래식 전면전과 국지 도발 위협에 더해 핵공격 등 비대칭위협 및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및 사이버 공격 같은 신(新)영역 위협까지 포괄해 그에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특히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놓고 잠수함 발사, 항공기 투하, 미사일 장착 등 투발수단에 따라 시나리오별로 족집게 타격(surgical strike)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시행키로 하고 이를 위해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을 하기로 한 것은 다소 막연했던 미국의 핵우산 제공 선언을 양국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30분 내에 북한 전역의 미사일 목표물 탐지부터 제거까지 가능케 하는 이른바 킬 체인(kill chain) 구축에 합의한 것도 바람직하다. 다만 이로써 한국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경우 한국으로서는 비용이 들어가고 대외관계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한·미 양국이 공동대처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미국의 MD 간에 어떤 식으로든 접점이 형성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또 연합사 해체 이후 새로운 한·미 지휘협조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도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사실 그간 군은 연합사가 해체돼 한·미 양국이 2개의 독자적 사령부 체제로 가더라도 제대별·기능별 협조기구를 만들면 연합작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으나 아무래도 연합사 같은 일사불란한 지휘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양국이 창설을 전제로 공동연구키로 합의한 새 지휘협조기구는 ‘미니 연합사’로서 연합사를 실질적으로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여 그만큼 걱정을 덜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결국 연합사를 존속시키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논란거리가 못된다. 필요하다면 연합사 해체에 따른 보완이 얼마든지 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전작권 전환 및 연합사 해체도 연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