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市政은 뉴욕을 바라보라

입력 2012-10-25 18:39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과격한 공약을 많이 내걸고 당선된 무소속 시장이어서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으나 지금 돌아보면 당초의 걱정은 많이 가신 듯하다. 시장이 되면 철거에 나설 것처럼 보였던 한강 수중보에 대해 아직 연구용역도 발주하지 않은 사실이나, 양화대교 아치의 한쪽을 남겨 전시행정의 기념물로 삼겠다는 주장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시민 곁으로 성큼 내려선 것도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박 시장의 시정은 단순하다. 그의 업적으로 주워 담는 것도 알고 보면 죄다 선심행정의 일환이다. 초·중학생을 상대로 무상급식을 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절반으로 뚝 자른 것이나, 시청이나 산하기관에 소속된 비정규직 종사자 2916명 가운데 상시지속적으로 일하는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 역시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결과 재정이 취약해지고,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낮아지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아무도 말하지 않을 뿐이다.

명분에 집착하는 것도 멀리해야 할 부분이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옳으니 중앙정부더러 매몰비용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뀌었다. 노들섬에 텃밭을 가꾸고 제돌이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것도 낭만적 접근이다. 도시농업을 장려한다면서 광화문에 벼를 심는 것 역시 전임시장들이 하던 전시행정의 답습 아닌가. 개인의 취향과 도시 행정은 구분 짓는 게 마땅하다. 문화예술에 대해 전혀 비전을 밝히지 못한 점도 의문이다.

이제 남은 임기는 1년 8개월이다. 박 시장이 제시한 ‘시민의 이익’과 ‘서울의 미래’라는 시정 목표에다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의 상대는 서울이 아니라 베이징과 도쿄, 뉴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6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삶은 면면히 이어져야 한다. 행정은 수단일 뿐이다. 보궐선거로 주어진 2년 8개월이 너무 짧으니 시장을 한번 더 하겠다는 식의 자세는 서울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