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열한 살 소년 샘 뜻밖의 과거 만나는데…… ‘기억의 열쇠, 11’
입력 2012-10-25 18:16
기억의 열쇠, 11/패트리샤 레일리 기프/시공주니어
샘은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열한 살 소년. 생일 전날 밤, 할아버지가 준 선물을 찾아 몰래 다락방에 올라간 샘은 낡은 상자를 발견한다. 그 안에 오래된 신문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 실린 기사에 어릴 적 자신의 사진이 있고, ‘샘 벨’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라지다’는 단어가 있었다. 난독증이 있는 샘도 이 글씨는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성은 벨이 아니라 매켄지가 아닌가. 샘은 일순 혼란에 빠진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잊혀진 기억과 밤마다 꾸는 이상한 꿈은 무슨 의미일까? 모든 것에 숫자 ‘11’이 얽혀 있다.
샘에게 할아버지는 세상 그 자체.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샘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나무를 잘 다루는 재주가 있다며 장점을 보는 할아버지다. 샘은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을 만날까봐 주저하면서도 용기를 내 자신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전학생이어서 친구가 없는 캐롤라인을 친구로 만들어 자신을 대신해 신문 기사를 읽어달라고 청한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단서가 ‘11번가 고아원’이다.
독자들은 어느덧 수수께끼 같은 문장들을 단서로 샘의 과거를 찾는 여정에 동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품의 도입부는 추리소설 형태를 띤다.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복선 속에서 독자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작가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는 미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아너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저력 있는 인물이다.
외피는 미스터리물이지만 내용은 성장소설이다. 상처를 지닌 소년의 아픔과 그것을 버티고 이겨내게 해주는 일상과 관계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일명 ‘가슴 따뜻한 미스터리물’이다. 소설의 결말은 의외다. 반전이 주는 묘미가 이 소설을 시종 흡인력 있게 밀어가는 힘이다. 햇살과나무꾼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