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무역금융대출 사기단 적발

입력 2012-10-24 19:20

수출 실적을 위조한 뒤 무역금융대출금을 가로챈 대출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부실기업이나 유령업체의 수출 실적을 위조한 뒤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제도를 이용, 은행으로부터 102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모(64)씨 등 10명을 구속했다. 또 은행 브로커 임모(59)씨 등 6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출신용보증제도는 수출 기업이 수출 물품을 만들 때 필요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빌릴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해당 기업의 실적을 심사해 보증서를 발행해주는 제도다. 대출이 회수되지 않으면 무역보험공사가 은행에 대출금의 80%를 보상해준다.

이씨 등은 2005년 2월부터 2009년 말까지 60여개 업체의 세무서류를 위·변조해 세관에 허위 수출신고를 한 뒤 무역보험공사의 수탁은행에서 수출신용보증을 받아 건당 5000만∼2억5000만원씩 총 102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수출신용보증서를 받기 위해 보따리상들의 거래 물품을 수출 물품인 것처럼 꾸미고 결제 대금 서류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체 중에는 노숙인을 사장으로 내세운 곳도 있었다.

시중은행들은 꼼수를 부렸다. 경찰은 “은행들은 대출 당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20%의 금액은 업체들에게 미리 예치금으로 받아 챙겨 사실상 손실 부담은 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출규모가 큰 4개 은행을 상대로 대출심사가 적절했는지 조사하는 한편 이들의 명단을 무역보험공사에 넘겨 지급된 보증금을 회수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