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뛰는데 집 안사?” “아니, 못사”
입력 2012-10-24 19:08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이주 본격화 등으로 수도권 전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세 가격이 올라도 매매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4일 국토해양부가 전월세거래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은 총 9만5682건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4% 감소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3만235건으로 6.7%, 강남 3구는 5644건으로 3.9% 각각 감소했다.
전세 거래량은 줄었지만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서울지역 전세 가격은 상승세를 보인 곳이 많았다. 서울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5㎡는 지난 8월 4억6000만∼5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9월에는 4억7000만∼5억2000만원으로 평균 1000만원 정도 올랐다. 서울 길음동 성북대우그랜드월드1차 전용 84.9㎡는 지난 8월 2억1500만∼2억2000만원에서 9월에는 2억1000만∼2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처럼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여전히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곳이 많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지난 12∼19일 서울에서 전세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오른 77개 아파트 가운데 35%의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서울 압구정동 미성1차 아파트 공급면적 191㎡의 전세 가격은 최근 1주일 새 20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에 달하지만 매매 가격은 18억5000만원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35%에 불과했다. 이촌동 한강푸르지오 아파트 공급면적 161㎡ 역시 5억원이었던 전세 가격이 5억1500만원으로 뛰었지만 매매가 12억원에 비하면 43%에 그쳤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연구소장은 “집값이 빠졌다고 해도 여전히 비싸 전세의 매매 전환이 쉽지 않다”며 “더 떨어질까봐 안 사는 사람도 있지만 더 떨어지지 않으면 못사는 사람도 많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세를 살다가 내 집을 사는 자가 전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평수로도 가능한 1∼2인 가구에서만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06년과 2010년 국토부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주택 점유형태 전환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 1∼2인 전세 가구의 자가 전환 비중은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른 2006년 15.9%에서 상승세가 둔화한 2010년 24.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3∼4인 가구의 자가 전환 비중은 2006년 71.7%에서 2010년 69%로 소폭 감소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