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생긴 삼성… 다급해진 애플

입력 2012-10-24 21:41

美 특허청, 애플 ‘바운스 백’ 특허 무효 판정에 희비

애플이 제소한 삼성전자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와 관련해 26일 열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정을 앞두고 양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특허청이 그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공세를 펴왔던 ‘바운스 백 스크롤링’ 특허에 대해 무효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문서나 사진을 볼 때 마지막 화면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면 더 넘어가지 않고 튕기는 기능과 관련된 이 특허는 지난 8월 미국 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에 1조2000억원 상당의 배상액 평결을 내렸을 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으며 여유를 찾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IM) 담당 신종균 사장은 24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 특허청 결정에 대해 “앞으로도 애플의 특허가 무효화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애플과의 향후 특허소송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애플은 다급해졌다. 배심원 대표의 자격, 평결 지침 변경 등의 문제에 이어 자국 특허청까지 불리한 결정을 내리자 궁지에 몰리게 됐다. 더구나 해당 특허가 무효화되면 새너제이 법원 배심원단이 부과한 손해배상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자 애플은 22일(현지시간) ITC에 제출한 진술서를 하루 뒤 전격 공개했다. 진술서에는 미 법무부가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남용에 따른 반독점 위반 혐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용만 보면 지난달 ITC가 애플에 ‘삼성전자가 표준특허를 차별 없이 공유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위반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보완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미 행정부 영역에 위치한 ITC와 법무부의 영향력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24일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적용한 멀티터치 기술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멀티터치는 두 손가락을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 속 문장을 지정, 복사할 수 있게 하는 상용특허 기술로 지난달 독일 만하임법원에서도 삼성의 비침해가 인정된 바 있다.

유럽연합(EU) 각국 법원들이 개별 판단을 하면서도 판례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향후 유럽 지역의 남은 특허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