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안전불감 업체 1곳 첫 퇴출… 검사원 3명 잇따라 숨지는 등 수차례 법 위반
입력 2012-10-24 18:54
방사선 피폭으로 근로자 3명이 숨진 방사선 취급 업체가 퇴출된다. 정부는 방사선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관련 업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를 방사선 피폭 현장에 투입하는 등 원자력안전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한 방사선 검사 업체 ㈜K사에 대해 영업허가를 취소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원안위는 오는 29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회의 기구)를 소집해 K사의 퇴출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방사선 취급 업체가 원자력안전법 위반으로 퇴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안위는 앞으로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안전 관리에 소홀한 사업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어서 퇴출이 확대될 능성도 있다.
K사는 1991년 10월부터 울산 지역 대형 조선소 등 전국 20곳에서 방사선 투과(비파괴) 검사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09년과 2010년 K사의 울산 출장소에서 일하던 비파괴 검사원 3명이 방사선에 과다 피폭돼 잇따라 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지난해 9월과 올해 초·중순 모두 목숨을 잃었다(국민일보 10월 8일자 9면 보도).
교육과학기술부가 K사의 울산 출장소 종사자 32명을 혈액검사한 결과, 14명에게서 방사선량이 골수의 조혈 활동 위축 및 면역 체계 약화를 초래하는 기준치 0.5Gy(그레이)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조사 결과, 근로자들은 작업시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는 개인 선량계를 착용하지 않았고, 작업장 주변 방사선량 측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장에 투입되는 등 업체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2010년 9월에 이어 올해 1월, 3월, 9월에도 비슷한 법 위반사항이 적발돼 영업정지(본사 1개월, 출장소 6개월), 과징금·과태료 1300여만원 등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원안위는 그러나 K사가 3차례 이상 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데다 근로자 사망 등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지난 9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K사의 의견 진술을 듣는 청문회를 열고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동일한 사안으로 수차례 적발돼 인허가 취소 사안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2011년 말 현재 전국에는 51개의 방사선 비파괴 검사 업체가 있으며, 약 5000여명의 종사자가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법 위반 방사선 사업장은 최근 4년간 157곳에 달하며 이 중 26곳은 2차례 이상 반복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