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말뿐인 ‘일감몰아주기 자제’

입력 2012-10-24 18:50

경쟁 입찰과 중소기업 직접 발주를 늘려 일감몰아주기를 줄이겠다던 10대 그룹의 자율선언은 ‘립 서비스’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10대 그룹의 자율선언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과 상생을 외치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물류 분야의 경쟁 입찰 물량은 오히려 2% 포인트 줄었다. 광고·시스템통합(SI)·건설 등 3개 분야는 다소 나아졌지만 중소기업과 국민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10대 그룹은 올해 초 일감몰아주기 자제를 위해 광고·SI·건설·물류 분야에서 경쟁 입찰 확대, 중소기업 직접발주 확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를 선언했다.

공정위가 지난 4∼7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점검한 결과 10대 그룹의 전체 발주 물량 중 물류 분야에서 6367억원이었던 수의계약 금액은 오히려 6399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경쟁 입찰은 1639억원에서 1430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모그룹은 이 기간 동안 물류부문을 100% 수의 계약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물류·SI 분야의 경쟁 입찰 금액 비율은 각각 28%·18%·12%에 불과했다. 여전히 72∼88% 정도는 수의계약 형태로 발주하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정위는 수의계약 물량이 계열사에 발주됐는지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이 일감몰아주기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광고 분야의 경쟁 입찰 비율은 광고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그룹(GS·한진)이 86.6%인 반면 보유한 그룹은 27.7%로 훨씬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 분야의 경쟁 입찰 비율은 43%에서 60%로 17% 포인트 높아져 증가폭이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보안 유지 및 수직 계열화 필요성이 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를 거치지 않고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는 물량은 광고 분야가 36%, SI가 15% 증가했지만 건설(-11%), 물류(-10%) 분야는 감소했다.

다만 경쟁 입찰 확대 등을 감독하는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된 그룹 계열사는 많이 늘어났다. 자율선언 후 23개가 늘어나 모두 42개에 이른다. 한진그룹이 연내 대한항공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비롯해 5개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