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명진] 글로벌 儀典교육이 필요하다
입력 2012-10-24 18:53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과 애플사 간의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패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실제 소비자들의 평가는 상반된다. 이런 부분은 잠시 제쳐두고 삼성이 애플과 특허권 소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만 주목해보자. 국내 기업이, 정보기술(IT) 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그룹 애플과 특허권을 두고 당당하게 소송과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산업의 위상과 발전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산업 후진국으로 타 국가의 지원을 받아 경제의 기반을 마련했던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글로벌 IT 강국이라고 불릴 만큼 빠른 성장을 이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세계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재들의 높은 열정, 그리고 세계를 상대로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는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가 바탕이 됐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높아진 위상 덕분에 방한하는 해외바이어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예전에 기업들이 해외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면 지금은 해외 투자자들이 직접 우리나라를 찾아 산업시찰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귀빈들이 기업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준비태도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바이어들을 제대로 응대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국 스타일’로 접근하다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해당 국가의 문화나 습성, 그리고 바이어 개개인의 취향까지 고려한 의전(儀典)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는 급증하는 해외 바이어들을 효율적으로 응대하기 위해 의전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 부서를 두거나 담당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은 해외 바이어와 만날 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외국어생활관을 운영해 사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고 있다. 한진해운은 직원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영어 프레젠테이션 및 미팅 스킬 강좌를 상설화하고,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도쿄 홍콩 상하이 등지에서 이문화 체험 교육을 실시해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별도의 의전 교육을 실시할 여력이 없어 난감한 실정이다. 글로벌 에티켓 및 의전 서비스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해졌지만 실상 이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전무한 상황이다.
해외 바이어들의 투자 결정이 작게는 수십억원부터 크게는 몇 십조원까지 국내 경제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에티켓 및 의전 교육을 하기 위한 기관 설립과 같은 정책 및 제도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기업에 해외 바이어들은 놓칠 수 없는 중요 고객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계약 불발로 이어진다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해다. 이러한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고 중소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서비스 교육은 절실하다. 이처럼 자체 교육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보다 원활히 글로벌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 측면에서 의전 전문 교육기관의 설립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