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文·安 ‘정치개혁’ 충돌 왜… 文, 전례없는 고강도 공격

입력 2012-10-24 21:39


대선을 55일 남겨둔 24일 안철수식(式) 새 정치와 기성 정치가 충돌했다. 전날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밝힌 정치혁신안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측이 ‘아마추어리즘’이라 비판했고, 안 후보는 다시 “국민과 정치권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며 맞받았다.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문 후보와 정치는 ‘혁신’해야 한다는 안 후보가 첫 일합(一合)을 겨루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기성정치 대 새 정치, 현실론 대 이상론의 대결 구도가 돼 가는 모양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4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그동안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겨냥해 목소리를 낸 것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 정도였다. 이날은 작심한 듯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을 강하게 비판해 쇄신 경쟁에 불을 댕겼다. 차별화를 통해 단일화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치쇄신은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놓은 단일화의 두 조건 중 하나다. 나머지는 국민의 동의다. 문 후보 캠프는 이번 정치쇄신 이슈가 안 후보와 차별화할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문 후보가 이례적으로 직접 안 후보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 어젠다를 놓고도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양측 정책이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정치쇄신안은 양측의 해법에 차이가 있는 만큼 국민에게 ‘문재인표 정책’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수장학회 문제로 새누리당과 정치공방에 매달리느라 문 후보가 최우선으로 꼽는 일자리 정책이 묻힌 점도 아쉬웠던 차였다. 이에 당분간 정치쇄신을 핵심 이슈로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표한 정치개혁 1·2·3탄에 이어 종합판을 내거나 권력구조 개편안을 추가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안 후보와 지나치게 각을 세우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일화에 되레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목희 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은 “안 후보 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그게 꼭 옳은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얘기를 문 후보가 로톤(low tone·차분하게)으로 얘기한 것이지, 단일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단일화 대상이라고 해서 틀린 얘기를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도 “인신공격 같은 네거티브 싸움이 아니라 차기 지도자로서 정책 대결로 경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후보는 당내 인적쇄신론과 관련해 “지도부를 개편하는 것만으로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적쇄신을 한다고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고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안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 내 친노무현계를 겨냥해 ‘세력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문·안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을 해온 조국 서울대 교수도 안 후보의 쇄신안을 비판했다. 조 교수는 문 후보의 시민캠프가 주최한 ‘정치혁신 국민 대담회’에서 “안 후보의 안은 우리나라와 안 맞는 게 있고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정치개혁은 정치 삭제 또는 축소가 아니라 정치 활성화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안 후보 간에 단일화 결렬 징조가 보인다면 촛불시위를 주도하겠다”고도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