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죄율 24% 대검 중수부 이대론 안 된다

입력 2012-10-24 18:58

다른 곳으로 권한 넘겨 검찰공화국 오명 벗어야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검 중앙수사부가 또 다시 폐지 위기에 몰렸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폐지 압력에 시달렸지만 당시 검찰 수뇌부가 ‘차라리 내 목을 쳐라’며 막아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대로 넘어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한 대권주자가 한목소리로 중수부 폐지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명품수사의 대명사격인 중수부 수사의 무죄율은 일선 지방검찰청의 무죄율보다 오히려 높았다. 최근 5년간 중수부 사건의 1심 무죄율은 9.6%로 일반사건 무죄율 0.36%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중수부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기만 해도 검찰총장 이하 온 검찰이 발칵 뒤집혔던 예전에 비하면 금석지감이다.

중수부 사건의 항소심 무죄율은 더욱 높아 16.5%, 대법원 무죄율은 24.1%나 됐다. 물론 재판이 진행되면서 뇌물공여자의 진술이 바뀌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무죄율은 기소가 무리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게 한다. 저축은행 사건만 하더라도 임종석 전 의원과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항소심과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중수부가 거악 척결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지만 검찰총장 하명사건을 전담해오면서 표적사정 시비를 불러일으켜 정치 검찰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치부를 파헤치는 일이 상습화되다보니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는 비판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수사가 탄압식 기획수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오죽했으면 검찰이 한국을 지배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우리 사회는 검찰에 주눅 든 사회로 변했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중수부 폐지로 검찰의 수사력이 약해질 경우 권력자들이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불법·탈법을 저지를 것이라는 지적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중수부의 기능을 다른 검찰청으로 옮기면 수사실패에 따른 검찰총장의 책임도 줄어들어 검찰로서도 양보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일본만 하더라도 도쿄지검 특수부가 우리의 대검 중수부 못지않은 실력으로 정치권의 부패를 도려내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1961년 대검 중앙수사국으로 출발해 81년 오늘날의 체제로 굳어진 대검 중수부는 이철희·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는 당초 목표인 거악 척결보다는 수사하는 사건마다 정치권의 시비가 끊이지 않아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중요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과도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존폐 시비에 시달리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규모를 대폭 줄이든가 다른 곳으로 기능을 옮기는 방안을 강구할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