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년 걸린 동의대 순직경찰 명예회복

입력 2012-10-24 18:53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5월 3일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시위 학생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경찰관 7명이 불에 타거나 추락해 숨지고, 11명이 중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동의대 사건’이다. 입시 부정이 있었다는 한 교수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총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학생들은 연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이 경찰에 검거되자 학생들은 교내에 있던 경찰관 5명을 중앙도서관에 감금했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경찰이 진입했고, 격렬한 몸싸움 끝에 화재가 발생해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학생은 40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이들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5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평균 25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숨진 경찰관 유족과 부상한 경찰관에게는 약간의 위로금과 치료비가 지급됐을 뿐이다. 유족들은 분노했고, 2005년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순직 경찰관들이 국가유공자로 예우받고 있고, 시위 학생들을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유족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지난 2월 제정된 ‘동의대 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다. 이에 따라 동의대 사건 때 순직한 경찰관 유족에게는 1억2700만원에서 1억1100만원이, 부상자들에게는 최고 5000만원의 보상금이 조만간 지급될 예정이다. 무려 23년이나 걸렸고,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뒤늦게나마 순직하거나 다친 경찰관들의 명예가 회복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상처가 깨끗이 아문 상태는 아니다. 시위 학생들은 피해 경찰관이나 유족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다. 더욱이 진보와 보수 세력은 경찰관 사인(死因)을 둘러싸고 여전히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불이 난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보이나, 경찰의 과잉 진압이 문제였다고 억지를 부리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미 과거사가 됐지만 동의대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당시 전신 3도 화상을 입어 6개월간 치료받았던 한 경찰관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역사적 사건의 진실이 이제는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의대 사건 당시 학생들 변론을 맡았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자신의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목숨을 잃은 경찰관이나 형을 살았던 학생들이나 모두 시대의 피해자”라며 “가해자가 있다면 그런 상황을 만든 독재정권”이라고 썼다. 아주 잘못된 얘기는 아닐지라도 경찰이 듣기에는 시위 학생들을 감싸는 듯한 말로 들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