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등학교 운동회 없애는 철부지 어른들
입력 2012-10-24 18:50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882개 초등학교 가운데 487개 학교가 운동회를 하지 않았다. 서울은 591개 초등학교 중 37.9%인 224개 학교가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 그나마 운동회를 치르는 학교 중 일부는 이벤트 회사가 모든 운동회 진행을 하고, 준비물도 가져왔다가 운동회가 끝나면 수거해 간다고 하니 ‘자판기식 운동회’가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니었다. 온 동네 잔치이자 화합의 장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국민체조 음악을 듣고 학교로 마실을 나왔고, 엄마가 싸들고 온 김밥을 나눠먹으며 먼지가 뒤범벅이 되도록 뛰어도 마냥 신나던 날이었다.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영차 영차’ 줄다리기를 하고 선생님과 학부모가 섞인 마지막 계주를 할 때는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참석자들 모두 하나가 되는 장이었다.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좋은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운동회를 치르지 않은 학교의 일부는 학원 다니느라 바쁜 아이들을 붙잡아놓고 오랜 시간 운동회 연습을 시키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입시 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다. 또 일부는 운동회 때문에 시끄럽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박한 세태의 단면이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을 고려한다면 이기(利己)를 내세울 일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에 빠져 가뜩이나 신체활동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6∼11세 아동의 비만율은 1998년 5.8%에서 2010년 8.8%, 12∼18세는 같은 기간 9.2%에서 12.7%로 각각 증가했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협동과 화합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운동회다. 줄다리기와 부채춤 등 단체 연습을 하고 응원복장과 도구를 만들면서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배우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키우게 된다.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 해결 방안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