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안충영] GCF, 소프트파워 획기적 제고 계기로

입력 2012-10-24 19:16


“인류가 당면한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이 세계유수의 국제기구가 될 GCF(Green Climate Fund·녹색기후기금)의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였다. GCF는 선진국에서 기금을 모아 개도국을 지원하여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한 산업 및 생태계 적응을 돕는 국제기구이다. GCF는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가 넘는 지원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은행이 설립 되는 셈이다.

10년이 넘도록 크게 진전되지 못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장기적으로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 인류가 당면한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회로 우리가 활용한다면 한국은 중강국 소프트파워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의 추세에서 자발적으로 30%를 감축하기로 선언하였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확정하고 2010년에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국제기구로 출범시켰고 녹색기술센터(GTC)도 설립했다.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2015년부터 본격 작동되도록 법제화 기반까지 마쳤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21세기에 한국 경제가 지향할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하는 데 GCF는 결정적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금융기구 성격의 거대조직의 존치는 여러 가지 부수효과를 가져다준다. G20회의나 월드컵 등 일회성 행사가 아닌 항구적 국제기구의 존재는 지식확산 측면에서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선 국제기구의 거대한 녹색펀드의 운영 등을 보면서 국제금융기법 등 많은 학습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상주하는 금융전문가와 녹색하드웨어분야 국제전문 인력들이 결집되고 수많은 정책협의회와 컨벤션은 전문지식확산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관광홍보 효과를 가져온다.

송도에 입지하는 GCF 사무국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우리 앞에 많은 도전적 과제가 남아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 대응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지구적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GCF는 녹색산업의 육성이라는 하드파워와 국제적으로 거대한 자금조성과 지원의 기본 틀 등을 마련하여야 한다.

첫째, 2020년까지 1000억 달러의 기금 조성을 하는 일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류적 대응이라는 총론에는 모든 국가가 동의하고 있지마는 그에 수반되는 비용의 부담에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유럽발 재정·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장기 침체 등을 감안할 때 우리는 국제적인 비용부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국의 동참을 유도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둘째, 모처럼 유치한 국제기구의 활동이 우리의 전문 인력과 연계되고 현지화되어 우리의 미래세대가 국제화의 소양을 갖추고 그에 맞는 실력 배양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대형 국제기구가 유치국가에서 현지 시민과 격리된 절해의 고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송도로 유치가 결정된 만큼 인천과 서울이 국제적 도시로 명실상부하게 탈바꿈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고 10년이 되었지만 많은 규제에 묶여 이직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파리나 워싱턴DC와 같은 초일류 국제화된 도시로 서울과 인천을 연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인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영리법인 병원 및 학교, 국제적 수준의 문화시설 여건 등을 갖추어 동북아에서는 물론 세계적 지식 문화 비즈니스 도시로 발전되도록 각종 규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세계를 생활무대로 볼 수 있는 식견과 능력을 갖추어 한국이 세계가 절대 필요로 하는 공공재의 산실이 되기를 바란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