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쾅’… 삼성 먼저 웃었다

입력 2012-10-25 01:14


0-0이던 1회말 1사 1루 상황.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타석에 들어섰다. SK 선발투수 윤희상이 볼 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로 자신의 결정구인 포크볼(시속 128㎞)을 던졌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가볍게 돌아갔다. 풀스윙을 한 건 아니었지만 체중이 잔뜩 실린 타구는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짜릿한 투런 홈런에 열광한 1만여 팬들의 함성으로 야구장이 떠나갈 듯했다. 초반에 균형이 무너졌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삼성과 SK의 1차전. 삼성이 이승엽의 투런 홈런을 앞세워 3대 1 승리를 거두고 기선을 제압했다. 1차전에서 무승부가 났던 1982년을 제외하면 28차례의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패권을 차지한 경우는 총 23번. 82.1%의 높은 확률이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통산 여섯 번째 우승컵을 향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날 경기에서 단연 돋보인 선수는 이번 시즌 일본에서 국내로 복귀한 이승엽이었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인 홈런(3점)을 터뜨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승엽은 1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연타석 아치를 그렸다. 한국시리즈에서 연타석 홈런이 나온 것은 통산 6번째다.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13호 홈런을 기록,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최다 홈런 타이를 이뤘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정규리그 단짝 배터리였던 이지영과 호흡을 맞춰 5⅓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잘 막아 승리 투수가 됐다.

0-2로 끌려가던 SK는 4회초에 1점 따라붙었다. 나가기만 하면 홈을 밟는 사나이 정근우는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 나간 뒤 1사 후 도루를 시도했다. 당황한 이지영이 2루로 악송구를 했고, 공이 뒤로 빠지자 정근우는 3루까지 내달렸다. 정근우는 4번 타자 이호준의 중전 안타 때 홈으로 파고들었다.

1점 차의 박빙 승부는 7회말 삼성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류 감독은 정석대로 작전을 구사했다. 선두 타자 이지영이 좌익수 안타를 치고 나가자 강명구를 대주자로 내보냈다. 강명구는 후속 타자의 희생 번트로 2루를 밟았다. 이어 배영섭의 내야안타 때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어 점수를 뽑아냈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에 이어 심창민, 안지만, 권혁을 차례대로 내보내 SK 타선을 틀어막았다. 오승환은 8회 2사 1루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국시리즈 최다 세이브 기록을 ‘7’로 늘렸다. 한국시리즈 2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에 펼쳐진다.

양팀 감독의 말

◇삼성 류중일 감독=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아서 기분이 좋다. 특히 이승엽이 10년만의 가을 무대에서 첫 축포를 터트려 더 기분이 좋다. 키플레이어로 생각한 심창민도 6회에 위기를 잘 막았다. 7회에 긴장했는지 심창민 제구가 흔들리기에 바로 안지만을 투입한 게 성공했다. 7회말에 대주자 강명구가 잡혀 흐름이 끊겼다면 분위기가 넘어갔을 것이다. 강명구가 정말 재치있게 해줬다.

◇SK 이만수 감독=패했지만 생각보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다. 비록 1회말 이승엽에 투런홈런을 맞았지만 오늘 경기는 대체로 괜찮았다. 다만 1회말이 아쉽다. 포볼로 나간 1루 주자가 빠르다보니 윤희상이 실투를 던졌다. 그 실투를 놓치지 않고 이승엽이 잘쳤다. 선발 윤희상이 끝까지 던져주기 바랬고, 윤희상이 완투했다. 불펜이 푹 쉬었으니 내일은 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다.

대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