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공탁금-이제는 돌려 받아야 한다] 독립기념관에도 4대강에도… 전범기업들, 한국에서 활개

입력 2012-10-24 21:47

3회 : 몰염치 일본 전범 기업들의 공탁금 떼어먹기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 제7관은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을 체험해보는 전시관이다. 그런데 이곳의 영상물을 비추는 빔 프로젝트는 공교롭게도 전범기업으로 지정된 일본 샤프사 제품이다. 독립기념관은 교체사업을 하면서 고도의 영상설비장비에 대한 공개입찰을 실시했고 기술력 좋은 이 회사 제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24일 “렌즈 기술력 등 우리가 원하는 사양을 맞출 수 있는 국내기업 제품은 없고 미국이나 유럽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가 쉽지 않다”며 “샤프사가 전범기업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독립기념관뿐 아니라 4대강 홍보관 등 정부 산하 다양한 전시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과거 역사의 청산 문제는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셈이다.

유명한 일본 전범기업들은 국내 전력 사업 분야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공개한 ‘전력그룹사의 일본 전범기업과 계약 현황’에 따르면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올해 미쓰비시에 4340억원을 주고 평택복합 2단계 가스터빈과 스팀터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7400억원 규모의 태안 9, 10호기 보일러와 터빈 발전기는 히타치 제작소로부터 사들였다. 한국동서발전도 울산4 복합화력 파워블록 공급 계약을 미쓰비시와 3119억원에 계약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올해 34억3100만원을 주고 미쓰비시와 고리 3, 4 및 영광 1, 2 원전의 원자로 냉각제펌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은 유연탄 수송 계약을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미쓰이와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는 국제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규정의 적용을 받아 국제 입찰을 실시해 거래를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전범기업이라는 이유로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과거사 미청산 일본기업에 대한 입찰 제한 방안이 논의됐으나 통상마찰 등의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 의원은 “공기업들이 전범기업과 거액의 계약을 체결해 국부를 유출시키고 있다”며 “민족의 얼이 담긴 독립기념관에서도 전범기업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스럽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내 공공기관 전시관과 박물관의 홍보 구매 담당자들이 전범기업과 이 기업의 생산 제품에 대한 역사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