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1월 8일 퇴임 한일장신대 정장복 총장] “90초짜리 이임사 이미 만들어 놨어요”
입력 2012-10-24 18:20
“시골교회 전도사가 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는데, 하나님이 이 자리까지 불러 써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다음 달 8일 퇴임식을 끝으로 8년간의 신학대 총장직을 비롯해 42년에 걸친 현역 목회를 내려놓는 정장복(70) 한일장신대 총장의 표정은 담담해 보였다. 정 총장은 24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90초짜리 이임사를 이미 만들어놨다”면서 “지난 임기 동안 우리 신학대를 ‘예배드리는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확립해놨다는 점에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이 2004년 취임할 당시 한일장신대는 부채가 65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종합대학이었다. 정 총장은 영화·연극·건축과를 비롯한 8개 학과를 폐지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취임 4년 만에 부채를 청산했다.
현재 한일장신대가 보유한 학교발전기금은 100억원 정도. 이만하면 ‘구원투수’로 나서 성공한 총장으로 치켜세울 만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교수 13명을 떠나보내야 했어요.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 지금도 기도하고 있어요.”
사실 정 총장은 한일장신대 총장을 맡기 전, 장로회신학대(장신대) 총장직에만 2번 도전해 모두 석패한 경험이 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이 학교에서 제가 꼭 할 일이 있다고 방향을 틀어주신 것 같아요.” 그는 며칠 전 경기 남양주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장서 3000권을 학교에 기증했다. 40여년간 국내외에서 수집한 책들이다. “가슴 한쪽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도 이제 제자들과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책들이라 생각하고 차에 실어 보냈습니다.”
정 총장은 퇴임 뒤 ‘(가칭)예배와 설교 멘토링 센터’를 꾸려 활동할 계획이다. 국내 신학계에서 ‘예배와 설교’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그의 신학대 제자만 연인원 5000여명. “내가 가르친 대로 제자들이 목회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조언을 해주는, 내 교육에 대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의 예배와 설교에 대해 할 말이 많아보였다.
“요즘 많은 교회들의 예배가 인간의 감각을 기쁘게 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예배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게 본질인데 말이죠. 설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회자들의 설교 이탈이 심각합니다. 신언(神言)과 인언(人言)이 있다면 설교자는 신언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어야 하는데, 메시지의 주어가 하나님이 아니라 설교자 자신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정 총장은 지금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과 위기론에 대해 명료한 해법을 제시했다. “회개와 부흥운동만이 답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예배와 설교의 본질을 되찾는 것이 지금 당장, 이번 주일부터 해야 할 일입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