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죽 한그릇 위해 2시간 걸어온 아이…”

입력 2012-10-24 17:58


르완다 방문했던 배우 유지태 월드비전 홍보대사

르완다. 처음 방문한 아프리카 나라다. 지진희 홍보대사와 함께 첫 르완다 봉사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나에게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유명 배우들의 한시적 홍보 목적이 아니라 일행 모두 당장 먹을 것, 입을 것이 없는, 더러운 물에 오염되어 죽는 절대빈곤을 목격함으로써 인생에서의 전환점의 계기가 되기를 원했다. 그렇게 긍휼을 느낀 사람들이 자기 위안이나 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같은 목적의식을 공유한 동료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해 나가길,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공헌에 서로가 일조하기를 바랐다. 내가 아닌 바로 우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 것이다.

가난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나눔을 추구하는 바도 모두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르완다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배식을 하던 중 내가 만난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는 부모의 피로 전염된 에이즈 보균자였으며 일주일에 한번 겨우 먹을 수 있는 죽을 놓치지 않으려고 2시간 넘게 걸어와 나로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죽을 기름 오일 통에 담아 바닥까지 혀와 손으로 핥아먹는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

그 아이의 붉은 반점과 오래된 상처로 녹아내린 피부와 진물로 범벅이 되어 말라 있는 꼬마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면, 과연 내가 여기에서 태어나서 아이와 똑같은 병을 갖고 흙바닥에서 밥을 먹는다고 한번만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아마 가난에 대하여 운명이라 말하고 나눔에 있어서 쉽게 편견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1950년 한국전쟁 직후 한국도 지금의 아프리카 어느 지역과 똑같이 처절한 가난을 경험했었다. 그때에 외국 선교사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가난을 기록하고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아시아에 이런 가난을 겪는 나라가 있다며 도와주자고 우리 대신 손 벌려 주었던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과연 이런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과연 전쟁 발발 이후 고작 60여년 동안 수혜국이었던 우리가 지원국이 된 것과 같은 기적이 온전히 우리들만의 힘으로만 되었을까? 만약 우리를 도와주었던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성장하는데 있어서 그만큼의 오랜 시간과 그만큼의 수고를 감수해야 했었을 것이다. 이젠 우리 차례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우린 그 ‘누군가’에게 꼭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