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서 지면 끝장”… 오바마, 롬니 향해 맹공

입력 2012-10-24 19:01

“예, 1차 대선토론 이후 롬니의 인기가 크게 오른 것은 틀림없죠. 여기도 그렇습니다. 주위에도 마음을 바꾼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미국 대통령 선거 TV 토론회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중서부의 데이턴시 트라이앵글 공원. 오후 4시부터 시작될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 바이든 부통령 공동 유세를 기다리던 흑인 테리 리틀존(55)씨는 최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선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는 중산층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 그를 지지한다며 “우리는 다시 돌아설 수 없으며 계속 나아가야 한다(move forward)”는 민주당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인용했다.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오하이오주가 이번에도 다시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부상했다. 1900년 이후 1960년 존 F 케네디를 빼고 이곳에서 패배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오하이오가 가면 미국이 간다(as Ohio goes, so does the nation)’는 말이다. 오하이오주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뜻이다.

오하이오가 이러한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은 경합주 중에서도 플로리다주를 제외하면 최대 선거인단(18명)을 보유한 규모가 큰 주인 데다 미국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로 제조업·자영업·농업·전문직 등이 골고루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롬니 지지율 급등에 비상이 걸린 오바마 진영에 오하이오는 마지막 방화벽이며 롬니 후보에게는 명운을 걸고 넘어야 할 고지다. 이날 데이튼에서 처음으로 바이든 부통령과 합동 유세를 펼친 오바마 대통령에겐 이 ‘마지노선’을 결코 내줄 수 없다는 결의와 긴장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날 1만1000명의 청중 앞에서 오바마는 “대통령 선거에서 신뢰만큼 중요한 이슈는 없다”면서 “롬니가 승리를 위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진짜 입장을 숨기고 있다”고 맹공했다. 롬니 후보가 ‘롬니지어(롬니+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말도 수차례 반복했다. 롬니지어는 롬니 후보가 너무 자주 입장을 바꿔서 자기 입장이 뭔지도 모르게 됐다는 뜻의 신조어다. 이날 유세장에서 만난 오하이오주 유력지 컬럼버스디스패치의 기자는 “오바마의 최대 버팀목은 그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해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한 사실”이라며 “이것이 없었다면 오하이오도 롬니 우세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과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일자리 사정 덕분에 결국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오하이오의 9월 실업률이 5.7%로 2008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데이턴(오하이오주)=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