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5) 몽골 목동소년 난자드의 꿈

입력 2012-10-24 17:58


말·양 몇마리가 재산 전부… 학교 엄두 못내

울란바토르에서 하루를 꼬박 걸려 달려온 아르항가이 지역. 출발한 지 다음날이 되어서야 도착한 몽골월드비전 사무소가 있는 마을 중심가에서도 50㎞ 떨어진 곳. 얼마나 달려왔을까.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과 양떼. 아무리 달려도 창밖은 계속 같은 풍경이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게르(몽골 전통가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도 했다. 그렇게 몽골 수도에서 출발해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찾아간 곳이 바로 난자드(10)의 집이었다.

“센베노!(‘안녕하세요’의 몽골어).”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탓인지 가족 모두 나와 방문팀을 반겼다. 한눈에 보아도 낡고 허름한 게르. 3평 남짓 되는 작은 게르에는 난자드와 형, 여동생, 엄마와 아빠, 연로하신 할아버지까지 이렇게 여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올해로 10살이 된 난자드는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지만 한번도 학교에 가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될 나이지만 유목민인 부모님은 난자드와 형, 여동생까지 세 자녀를 학교에 보낼 돈이 없었다. “지금 몇 마리 남은 양과 말이 재산의 전부입니다. 학교를 보내려면 기숙사 비용도 내야 하는데 지금 저희 형편에 세 아이를 모두 교육시키는 건 꿈도 꿀 수 없죠.” 난자드의 어머니 문클로(40)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15살인 형 역시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형은 하루 종일 연로하신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도와 몇 마리 남지 않은 양과 말을 돌보고 있다. 가끔 남의 집 양을 치며 받는 아주 적은 돈이 여섯 가족 수입의 전부다.

많은 몽골의 아이들이 오늘도 연필을 잡는 대신 말이나 양을 돌보며 자신을 위한 꿈은 꿀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희망마저 사라져가고 있는 몽골에 지난 9월 제주도 목회자들이 다녀왔다. 월드비전과 함께 협력하고 있는 제주도 내 교회 목회자 6명과 한국월드비전 제주지주 김관호 지부장은 몽골 아르항가이 지역개발 사업장을 방문했다. 한국월드비전이 2005년 1월부터 지원해 온 몽골의 아르항가이 지역개발 사업장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서쪽으로 약 500㎞, 차량으로 10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으며 해발 900∼10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다.

아르항가이 지역은 남한 정도의 크기로 총 7개 행정구역과 4개의 작은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총 2만5000여 가구, 9만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높은 하늘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90년대 초반 사회주의와 국가 주도 계획경제가 무너지면서 많은 국영 농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 결과 주민 대다수는 실업자가 됐다.

몽골월드비전 아르항가이 지부 오윤게렐 팀장은 “현재 이 지역의 실업률은 약 40%에 달한다. 대부분의 주민은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적은 강수량과 관개시설 부족으로 수확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아르항가이 지역 주민들의 약 34%가 정부가 지정한 빈곤층에 속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한 달에 5달러(약 6000원)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월드비전은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중퇴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역기반 열린학교’를 운영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3개월의 긴 여름방학 기간에 갈 곳 없는 부모들과 아동들을 대상으로 여름 캠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채소 공동재배 농장을 조성,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소규모 자영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주민들에게 저리로 소액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매달 3만원의 후원금은 그 금액의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작은 관심과 도움이 한 아이의 인생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 나아가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난자드와 같은 많은 몽골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많은 한국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 관심이 절실하다.

아르항가이(몽골)=글·사진 김수희(월드비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