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구술면접 선행학습 부채질”… 2012학년도 특기자전형, 51% 대학과정서 출제

입력 2012-10-23 19:26


서울대학교가 2012학년도 특기자전형 구술면접시험에서 대학과정 문제를 상당수 출제해 선행학습을 부추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특기자전형으로 수시모집의 62.3%(1173명)를 선발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특기자전형 자연계 구술면접시험 문항을 분석한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수학·과학 구술면접에 출제된 57개 문항 중 29개 문항(50.9%)이 대학교과 수준이었으며, 특히 수학 과목은 11개 문항 가운데 10개 문항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구술면접 문제의 80.7%는 정답풀이를 요구하는 본고사형으로 출제해 서울대가 선행 출제와 본고사를 금지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자연과학대학 수학 문항 2-1번을 살펴보면 적분으로 정의된 함수를 모두 구하는 문제다. 그러나 고교 교육과정은 적분으로 주어진 함수의 성질이나 그래프를 이용해 넓이·접선 등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 구체적인 함수를 찾는 것은 대학 1학년 미적분 교재에 등장한다. 2-2번 역시 구체적인 함수를 찾는 문제로 대학과정을 배워야 풀 수 있는 문항이라는 것이 박 의원 측 설명이다.

공과대학 수학 문항 2-1번은 대학 2∼3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복소해석학에서 나오는 복소수의 극형식을 이해해야 풀 수 있다. 표면장력을 다룬 물리 2번 문항의 경우도 고교 교육과정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으며, 영재학교나 논술학원을 통해 선행학습을 해야 접근이 가능한 문제로 분석됐다.

박 의원은 “제시문을 읽고 충분히 생각하면 고교생들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지만 면접시험에서 짧은 시간 내에 풀려면 선행학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구술면접은 학생이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문제를 푼 뒤 채점관 앞에서 답변하는 방식이다.

대학교과 수준 문제는 생물이 14개 문항 중 9개(64.3%)로 수학(90.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물리가 12개 문항 중 6개(50%), 화학 12개 문항 중 3개(25%), 지구과학 8개 문항 중 1개(12.5%) 순이었다. 또한 57개 문항 가운데 46개 문항(80.7%)이 문제풀이와 정답을 요구하는 본고사 형식으로 출제됐으며, 특히 수학은 100% 본고사형이었다.

분석 작업에는 현직교사 20명, 학원강사 4명,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 2명 등 총 26명이 참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고교 범위 내에서 출제하고 있지만 문제를 응용해서 출제하다 보면 외부에서는 고교 과정 밖에서 내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