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측 “MB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
입력 2012-10-23 22:06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은 ‘MB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땅 원주인 유모(57)씨의 계좌번호를 넘기고 부지 대금 송금, 세금 납부 등을 일일이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부지 선정 및 계약 전반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이, 대금 부분은 김 전 기획관이 총괄한 것으로 의심하고 두 사람의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 청와대 경호처는 지난해 5월 13일 이 대통령 아들 시형(34)씨 명의의 내곡동 20-17번지 일부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금 1억원은 같은 달 26일에야 유씨 계좌로 송금됐다. 시형씨는 송금 3일 전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의 서울 자택에서 현금으로 6억원을 가져와 청와대 관저에 보관했다고 검찰 서면조사에서 주장했다. 계약금 및 잔금은 김 전 행정관이 현금을 들고 농협 종로지점과 청와대지점을 찾아 시형씨 명의로 송금했다. 김 전 기획관은 대금 송금부터 취·등록세, 등기비용(4000만원), 부동산 중개료(1100만원), 농협 대출 이자(2900만원) 납부 등의 시기, 금액 등을 정해 김 전 행정관을 시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행정관은 시형씨를 대신해 인감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 준비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형씨는 명의만 빌려줬고 실제 ‘작업’은 청와대 측에서 도맡았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특검팀은 시형씨에게 25일 특검 조사실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시형씨 측 변호인은 “이 대통령이 시형씨에게 ‘큰아버지에게 말해 6억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어머니를 통해서 마련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며 “시형씨는 시키는 대로만 했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24일 오후 중국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는 국적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시형씨에게 빌려준 현금 6억원의 출처와 성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