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변조해 중복 제출 경제학 교수들의 실험이었다

입력 2012-10-23 22:06

한 사람이 여러 장의 가짜 입사원서를 만들어 대기업에 제출한 사건(국민일보 22일자 8면 보도)은 대학 교수들의 실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S대학·C대학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은 ‘스펙이 좋으면 실제로 취직이 잘 되는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고,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가짜 입사원서를 만들어 현대차그룹 5개 계열사에 제출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국내 121개 대기업에 1900여개의 ‘변조 입사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같은 사람의 사진이 붙어 있는 8개의 자기소개서에 생년월일, 출신학교, 주민등록번호 등을 다르게 기입했다. 또 기본적인 인적사항 외에 어학 점수 등 ‘스펙’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당초 경찰은 실제 취업준비생이 저지른 일인지, 취업 관련 업체가 개입됐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진 속 인물은 연구를 함께 수행한 조교의 친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이모 교수는 “법률 자문도 받았고 여러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비공식적으로도 사전 논의했다”며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이렇게 수사로 이어져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변조 지원서가 문제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도 타인의 것을 도용한 것이 아닌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연구를 중단한 상태”라며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날 오후 3시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연구에 참여한 조교와 학생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