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하는 軍… 7월 행군 도중 숨진 훈련병, 계속된 고통호소 묵살당해

입력 2012-10-23 19:19

지난 7월 강원도 육군 모 부대에서 야간행군 후 숨진 훈련병이 행군 도중 지휘관에게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철원군 육군 모 부대 소속 훈련병 신모(22)씨는 7월 26일 야간행군을 앞두고 소대장에게 “속이 안 좋고 숨이 가쁘다”며 군장 무게를 줄여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군의관이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신씨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씨는 오후 8시10분쯤 20㎏ 이상의 군장을 메고 32㎞ 행군을 시작했지만 5㎞ 지점부터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신씨는 구급차에서 군의관에게 체온 측정과 폐 청진을 받은 뒤 행군 대열에 합류했다가 다시 낙오했다. 해당 부대 대대장은 2차 휴식 장소에서 신씨에게 “환자가 너무 많으니 행군에 합류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신씨는 오후 10시50분쯤 다시 낙오해 동료의 부축을 받아 3차 휴식 장소까지 걸어가야 했고, 휴식 후 재차 낙오해 구급차를 탔다. 대대장은 7월 27일 오전 2시30분쯤 신씨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행군하라”고 명령했다. 행군을 시작한 신씨는 고통을 호소하다 오전 4시쯤 부대에 조기 복귀했다.

복귀한 신씨는 막사 현관에서 쓰러졌고, 오전 6시 사단 의무대로 후송됐다가 포천 국군일동병원을 거쳐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씨는 그날 오후 4시30분 숨을 거뒀다. 신씨의 사인은 ‘급성신부전증’과 ‘횡문근융해증’으로, 극심한 운동으로 파괴된 근육 조직이 혈관과 요도를 막아 신부전증으로 발전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육군은 신씨를 일병으로 1계급 특진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했다. 해당 부대 중대장은 경고, 소대장·행정보급관·분대장은 견책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수차례 아프다고 호소하는 훈련병을 지휘관들이 응급실로 보내지 않고 오히려 행군을 강요했으며 쓰러진 뒤에는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 시기도 놓쳐 숨졌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