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개인정보 오늘도 20∼100원에 팔려나간다

입력 2012-10-23 22:06


ID·비밀번호는 건당 100원… 작년 상담 건수 7만건 육박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무차별 거래되고 있다. 불법 도용된 개인정보는 은행계좌 개설이나 휴대전화 개통에까지 이용되는 실정이다.

23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인정보’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자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판매한다는 광고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한 카페에 들어가 보니 ‘각종 개인정보 DB 판매합니다’라는 공지글과 함께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국민일보 기자가 ‘개인정보 구매를 원한다’고 메일을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고객관리 업체에서 사용하던 개인정보를 100만건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을 ‘박 팀장’이라고 소개한 판매자는 “이름과 주민번호, 연락처 등 기본 정보만 담긴 것은 개당 20원, 포털 사이트 ID와 비밀번호까지 포함된 정보는 건당 100원 정도에 거래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도용 상담 건수는 6만7094건에 달했다. 2010년 1만137건보다 6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방통위는 2010년 7월 주민등록번호 클린센터가 만들어지면서 단순 상담건수가 급증했고 특히 지난해 개인정보 해킹 사건이 무더기 발생하면서 상담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하거나 가짜 주민번호를 만들어 쓰는 등 주민등록법 위반 입건도 2008년 1821명, 2010년 2227명, 지난해 2924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지난 8월까지 이미 2247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는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거래되기 때문에 개인의 이메일이 무단 열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꾼들이 범죄에 사용할 은행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도 개인정보가 이용된다”며 “우리의 개인정보가 이미 범죄나 상업적인 용도로 도용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엔 대부업자나 성인 사이트 운영자들이 고객 유치용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병원이나 학원, 청소년까지 가세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병원이나 학원들은 포털 사이트 게시글에 일반인을 가장한 홍보성 댓글을 올리기 위해 개인정보를 구입해 아이디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개인정보 하나로 ID 여러 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체가 타인 명의로 ID를 만들어도 원래 사용자는 알아채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일선서 경찰관은 “일부 업체는 타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포털에 가입한 뒤 ‘위장 댓글’을 올리는 업무만 하는 직원을 채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은 주로 연령제한이 있는 게임에 가입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산다. 지난해 시행된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가 주민번호 도용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되고, 중·고등학생의 개인정보가 인터넷 강의 사이트나 직업전문학교 등에 넘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0일 변호사가 개인회생 등을 수임하기 위해 신용상태 등이 나온 개인정보를 사들여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캐피탈, SK커뮤니케이션즈, 넥슨 등에서 개인정보가 무더기 유출된 뒤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다”며 “판매자들은 은밀히 거래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