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공탁금-이제는 돌려 받아야 한다] 정부 “몰랐다”
입력 2012-10-23 20:08
정부는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를 포함한 조선인 1200여명이 일본 전범기업 주식을 사들였고 이 주식값이 강제동원 피해자 임금과 함께 도쿄은행에 공탁돼 있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일본 정부로부터 공탁 내역을 제공받아 갖고 있으면서도 후속 조치를 위한 자료 분석 등에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친일파 등 조선인 지도층의 전범기업 주식 보유액이 2471만엔(5881억원)이란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이 부분은 그동안 제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공탁금 내역에 노무자 임금 외에 주식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네”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공탁금 문제를 (일본 측과) 협상할 의지가 있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일 양국과 제3의 중재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구성까지 검토했는데 공탁금 문제는 그런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특별법에 따라 국고로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등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날 국감을 통해 ‘주식 공탁금’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강제동원 문제에 너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일파 재산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는 주식 공탁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법무부 김형렬 국가송무과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일파의 주식 재산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친일파의 주식 취득 경위와 공탁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친일재산 환수소송 착수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