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文보다 훨씬 센 정치쇄신안… 安, 단일화 주도권 잡기
입력 2012-10-23 19:29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23일 인하대 강연에서 여야 정치권을 향해 국회의원 대폭 감축, 정당 국고보조금 및 중앙당 폐지 또는 축소 등 강력한 정치쇄신을 주문했다. 전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발표한 국회의원 300명 중 비례대표 의원을 1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기존 정치 리모델링’이라면 안 후보의 주장은 기초부터 다시 짓는 ‘여의도 정치 재개발’에 가깝다. 때문에 내용만 따져보면 양측의 단일화 과정이 극히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安, 어려운 숙제 던졌다=안 후보가 던진 정치쇄신안은 문 후보의 구상을 뛰어넘고 있다. 기본 방향은 공감대가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특히 국회의원 수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문 후보는 전날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현재 54명(전체의 18%)에서 100명으로 두 배 늘리자고 밝혔다. 비례대표 비율 확대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대폭 줄이자는 게 안 후보 생각이다. 구체적 비율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지역구 100명, 비례대표 100명’ 같은 파격적 방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안 후보는 또 중앙당을 폐지 또는 축소해야 당론을 강요하거나 중앙당이 공천권을 휘두르는 일이 없어진다고 보고 있다. 국고보조금은 정당의 관료화와 권력화를 야기했다며 축소를 요구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당비 규모와 선거 때 득표 수에 따라 매칭펀드 형식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나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양측 의견이 거의 같다.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의 경우 문 후보는 ‘지역주의 정치 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라는 단서와 정원의 20%를 여성 비례대표 몫으로 남겨두는 조건을 달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제시한 권역별 정당명부제와 관련해 “하나의 가능성으로 논의해 볼만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더욱 치열해지는 단일화 주도권 싸움=안 후보는 자신이 야권 대선 후보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저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뿐 아니라 정권 연장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불과 5년 만에 국민을 힘들게 하고 불안과 공포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권이 입증했다”고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집권 여당에 반대하니까 정권을 달라는 것은 또 다른 오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문 후보를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또 안 후보가 사실상 문 후보에게 ‘이상향’에 가까운 정치쇄신을 요구한 것은 국민적 열망을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정치쇄신 논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기존 틀을 바꾸는 강도 높은 정치쇄신을 주장하는 안 후보와 ‘현실을 감안한 쇄신’을 주장하는 문 후보 간 격론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선 단일화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도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 브리핑에서 “정치 열망 속에서 조금씩 (문 후보의 쇄신 방안이) 나타나는 점은 의미 있게 보고 있다”면서도 사견임을 전제로 “비례대표 100석 정도의 이야기로는 동서대결 구도를 깨려고 노력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비해선 치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