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은 곳 섬기니 우리 교회 미자립 탈출!”… 예장통합 ‘홀로서기 성공 사례집’ 발간
입력 2012-10-23 21:00
7개월 동안 매매 광고를 내도 팔리지 않는 교회였다. 군부대 옆에 위치한데다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과 맞물려 있어 교회 입지로는 최악이었다. 50명 넘는 목회자들이 둘러보고는 ‘내 사역지는 아닌 것 같다’며 지나쳐버렸다. 2003년 10월,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화전벌말교회(강대석 목사)가 처했던 상황이다. 2012년 현재, 이 교회는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한 공로로 시장 표창을 두 차례나 받았고, 7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등록교인 70여명을 둔 어엿한 자립교회로 성장했다.
화전벌말교회를 포함해 20개 교회의 ‘미자립교회 탈출기’가 책으로 나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총회장 손달익 목사) 교회자립위원회가 23일 펴낸 교회자립 모범사례집 ‘반석 위에 세운 교회’에는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이 홀로서기 위한 생생한 경험담이 담겨 있다.
2003년 12월, 강 목사는 창고로 팔리기 직전의 화전벌말교회를 인수해 본격적인 목회에 나섰다. 강 목사가 집중한 건 ‘섬김 사역’이었다. 교회 형편이 닿는 대로 동네 노인들을 위해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발마사지도 해줬다. 동네 게시판을 설치해주는가 하면 선거일에는 투표 장소까지 차량운행 봉사도 도맡았다. 강 목사는 “지역사회와 주민을 돕는 활동이 교회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물론 전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 백운면의 도화교회(문순국 목사). 전형적인 시골교회인 이 교회의 자립 비결도 ‘노인 천국’이었던 지역 특성을 끈기 있게 파고든 ‘섬김’이 8할이었다. 2002년 부임한 문 목사가 가장 놀랐던 건 노인 대부분이 숫자를 몰라 전화를 걸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문 목사가 노인들을 위해 한글 학교인 ‘문해학교’를 열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교회는 가고 싶은데 글자를 모르니까 창피해서 못간다”는 한 노인의 솔직한 고백 때문이었다. 올해로 8년째 운영 중인 문해학교가 몇 년 전부터 늘기 시작한 다문화가족의 이주 여성을 위한 한글교육 장소로 활용되면서 교회를 찾는 발걸음도 점점 늘고 있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교회들이 지닌 2∼3가지 공통점도 눈길을 끈다. ‘예배와 전도’를 바탕으로 한 목회의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 미자립이면서도 더 어려운 교회를 돕거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등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교회들과 협력해 이웃을 함께 섬기는 곳도 적지 않았다.
강원도 홍천 명업교회는 오세선 담임목사가 부임한 4년전만해도 성도가 10여명에 불과했다. 100명이 넘었던 성도들은 교회 일대가 비발디 파크 등 유원지로 바뀌면서 뿔뿔이 흩어졌다. 오 목사는 이에 개의치 않고 철저하게 성경공부 중심으로 자립을 이뤄냈다. 구역 예배 뿐만 아니라 봄철에는 ‘월요성서학당’을 개강해 기초부터 성경을 가르쳤다. 여름과 겨울은 휴양객이 몰려 생업전선에 나서야 하는 교인들이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었다. 12명으로 시작한 명업교회는 올 초 70명 가까이 출석하면서 외부교회의 지원을 사양하고 자립을 선언했다.
현재 통합 총회는 교회의 연간 헌금 결산액이 각각 2000만원(농·어촌)과 3000만원(광역 및 대도시) 미만인 교회를 미자립 교회로 지정하고 있다. 통합 교단의 경우, 8300여교회 중 3000여 교회(36%)가 미자립 교회로 집계되고 있으며, 최근 6년(2007∼2012) 동안 506개 교회가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통합총회 군·농어촌선교부 이인호 목사는 “교회 10곳 중 3곳 이상이 미자립 상황에 처한 현실인 만큼 이들 교회가 자립에 이를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 연구와 정책 마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