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생명을 나누는 ‘사랑의 쌀독’ 함께 채워요… 서울 원천교회 11월 세미나

입력 2012-10-23 18:32


서울 연희동 원천교회 1층 구석에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퍼갈 수 있도록 ‘사랑의 쌀독’이 있다. 쌀독 옆에는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비닐봉지가 놓여 있다. 불도 꺼 놓았고 옆으로 드나들 수 있는 쪽문도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안보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쌀독은 지난 7월 3일 생겼다. 문강원 담임목사가 “새 예배당을 건축한 우리교회가 있는 지역에 밥 굶는 사람은 없게 하자”며 아이디어를 냈다. 교회 안에 49%, 교회 밖에 51%의 역량을 사용한다는 이 교회의 ‘49대 51 지역섬김 정신’의 일환이다.

처음에 성도들은 “요즘 밥 굶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문 목사가 괜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쌀독이 놓인 지 4개월이 된 교회 성도들은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넉 달간 교회 측이 쌀독에 넣은 쌀이 10㎏들이 200포대다. 성도들이 개별적으로 집에서 퍼다 부은 쌀도 적지 않다. 최소 2t이 넘는 쌀을 모르는 누군가가 퍼간 것이다. 비닐봉지 하나에 쌀이 2㎏가량 들어가니 어림잡아 연인원 1000여명이 쌀독을 이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도들 사이에선 쌀 기부 캠페인이 한창이다. 밥 할 때마다 종이컵 하나씩 떠서 쌀을 모아 가져온다는 새댁, 회식비용을 줄인 돈으로 쌀을 사다가 붓는다는 회사원, 자녀에게 용돈주는 날 자녀가 직접 마트에서 쌀을 사 붓게 한다는 주부 등등.

사랑의 쌀독 옆엔 추석을 앞두고 김치냉장고가 생겼다. 익명의 40대 남성이 “쌀이 없어 쌀을 퍼가는 사람은 반찬도 없지 않겠느냐”며 김치냉장고를 보내온 것이다. 지난 달 29일엔 누군가 교회 현관에 20㎏ 쌀 1포를 놓고 갔다. 이달엔 익명으로 달걀 10개들이 90판 분량을 보내왔다. 쌀은 유통기한 때문에 교인들이 시세로 구매, 주기적으로 넣는다. 추위가 다가오자 쌀독을 찾는 사람도 평소보다 많아지고 있다. 문 목사는 주일 날 “우리가 교회에 오면서 가져다 붓는 쌀 한 봉지가 누군가에는 하루의 양식입니다”라고 설교를 하곤 한다.

원천교회는 다음 달 1일 오후 교회 가나홀에서 사랑의 쌀독 전국 세미나를 연다. 지역마다 사랑의 쌀독을 설치, 밥 굶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의도에서다. 사랑의 쌀독 운영방법에 대한 문의가 잇따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교회는 이 세미나를 통해 사랑의 쌀독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세미나 참가 후 사랑의 쌀독을 설치하는 교회에는 사랑의 쌀독 푯말을 무료로 제작해 전달한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