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종기 멋스럽고 정화효과 건강돕고… 숨쉬는 그릇 옹기마니아 심희숙씨의 집

입력 2012-10-23 21:37


‘뚝배기보다 장맛’이라지만 요즘 심희숙(52·서울 전농1동)씨는 뚝배기의 멋에 흠뻑 빠져 있다. 그는 투박하지만 정감이 넘치는 옹기로 살림살이를 차근차근 바꿔나가고 있단다.

옹기라면 된장찌개 끓이는 뚝배기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지난 19일 찾은 심씨의 집은 정말 옹기가 그득했다. 국그릇, 밥그릇, 접시, 종지, 가습기, 쌀독, 화분, 연가(煙家)…등이 모두 옹기였다. 심씨가 옹기를 처음 접한 것은 5년 전.

“굴뚝 위에 얹었던 장식인데 집에서 불을 켤 수 있도록 재현한 옹기등을 선물받았는데 거친 느낌이 좋았어요.”

그는 옹기에 관심이 생겨 그 등을 구워낸 가마터로 주말 가족나들이를 했더란다. 그곳에서 “다양한 모양과 용도의 옹기들을 접한 그는 하나둘씩 사 모았다고. 그래서 밥·국 그릇 모양이 제각각이다.

“옹기는 숨 쉬는 그릇이라고 하잖아요. 한번 써보면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옹기에 밥과 국, 찬을 담아 식탁을 차리면 마치 호텔의 한정식처럼 멋스럽다고 자랑했다. 음식물이 그릇에 잘 달라붙지 않아 설거지도 간편하단다. 기름기가 많은 것이나 생선 등을 담아 냄새나는 것은 쌀뜨물로 헹궈내듯 씻어내고 나머지는 물로 헹궈내면 그만이라고.

심씨는 또 “옹기는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기능도 훌륭하다”면서 거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자배기를 가리켰다. 최근 가습기 소독제 파동 때문에 가습기 쓰기가 꺼려져 옹기에 숯과 물을 담아 놓고 있다고 했다. 옹기에 정화작용이 있어 한달 동안 물을 갈지 않아도 썩지 않는단다. 옹기 물병에 물을 담아두면 30분 내에 깨끗이 정화돼 소독약 냄새도 없어지고 약수터에서 갓 길은 것처럼 물맛이 좋아진다고. “쌀을 옹기에 담아두니 한여름에도 벌레가 생기지 않더라”며 심씨는 쌀이 가득 들어 있는 작은 옹기독을 들어보였다.

그는 또 “옹기가 잘 깨진다고 하지만 정작 써보니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니고, 깨졌을 때는 화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거실 창가에 있는 ‘손바닥 정원’에는 이 빠진 옹기 자배기가 여러 개 있었다. 제대로 만든 옹기는 값이 비싼 게 흠이다. 하지만 심씨는 “가습기 정수기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처음 장만할 때 좀 비싸다 싶어도 몇 달 내 본전이 빠진다”면서 무엇보다 세제도 덜 쓰고 전기도 아끼게 되는 등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심씨는 “우리 집 옹기들을 자세히 보면 약간 푸른 기가 도는데, 모두 옛날 궁중에서 썼던 푸레독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든 것”이라고 자랑했다. 푸레독은 독이 푸르스름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왕실에서 저장 발효 용기로 썼던 옹기다.

푸레독을 재현하고 있는 한미요배씨토가 배은경씨는 “푸레독은 1300도의 고온에서 천연소금을 넣고 구워내 유약을 바르지 않았는데도 윤이 나면서 통기성과 방부성, 발효성, 정화능력, 강도 등이 다른 옹기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배씨는 “옹기가 이 같은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은 옹기토가 일반 흙과 달라 고온의 가마에서 구울 때 미세한 공기구멍이 생기고 나무가 타면서 생긴 검댕이(연기)가 옹기의 안과 밖을 휘감아 방부성 물질이 입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옹기를 고를 때는 장작으로 불을 때 고온에서 굽는 것인지 확인하고, 특히 광명단 등 화학 유약을 쓴 것은 옹기 특유의 장점이 거의 없으므로 피해야 한다.

배씨는 옹기에 대해 궁금하다면 11월 3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2012 설화문화전’에 가보라고 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흙, 숨쉬다. 옹기’를 주제로 배연식 등 전통 공예 전승 작가 5명과 양민하 등 현대작가 5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비디오를 통해 옹기제작과정과 특징 등도 알려 준다. 입장료는 무료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