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후보 단일화 기선잡기에 나선 안철수

입력 2012-10-23 18:35

지엽적인 정치개혁 방안 넘어 상세한 집권플랜 제시해야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어제 인하대 강연에서 정치개혁 방안으로 국회의원 수와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그리고 중앙당 폐지를 주장했다.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는 정치권이 임의로 늘린 것이며, 전두환 정권 때와 5·16쿠데타 이후 각각 도입된 정당 국고보조금과 중앙당은 군사독재의 유산이어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17일 제시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정치권 및 기득권층의 특권 내려놓기를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후보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도 정치권에서 검토된 바 있다. 정치개혁이란 주제를 아우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왠지 신선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거기에는 기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여전히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 집단으로 꼽힐 만큼 막강한 권한에 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4·11 총선 직후 나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약속 가운데 아직 실현된 것이 없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못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국회의원 수를 몇 명으로 줄이고, 국고보조금을 얼마로 축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 후보의 생각은 모호하다. 하지만 제 머리 깎을 줄 모르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개혁을 야권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내건 점을 상기할 때 그의 정치개혁 방안 제시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안 후보는 출마 선언 이후 정치쇄신 방안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언급해 콘텐츠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에 비록 일부분이지만 그가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야권후보 단일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인하대에서 “새누리당의 정권 연장을 반대한다. 그렇다고 여당 반대하니 정권을 달라는 민주당도 오류”라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 후보가 국회의원 수를 현행대로 유지한 채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의 현재 의석 분포를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겠다는 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안 후보가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응수한 점이 이를 시사한다.

문 후보는 당분간 정치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면서 민심을 파고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맞서 안 후보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다. 단일화를 향한 두 후보 간 정책 경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려면 안 후보는 보다 적극적으로 ‘새 정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안 후보 지지자들 대부분이 무당파(無黨派)여서 기존 정당과 정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 지지율을 유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대선 후보의 모습은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 상세하고 선명한 집권 플랜을 조속히 내놓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