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못믿을 건강검진 최선 다해 신뢰 높여야
입력 2012-10-23 18:34
건강검진에서 ‘정상’ 통보를 받았으나 1개월 만에 폐암 말기로 판정된 피해자 측에게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피해자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온 지 6개월 만에 숨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8월 암 오진 관련 소비자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충격을 받았던 국민들은 또다시 ‘못믿을 건강검진’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
건강검진은 아무 증세가 없는 사람들을 검사함으로써 질병을 조기에 발견, 치료해 개인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 의료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은 조기발견 여부가 치료결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국민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자’는 예방의학 개념이 확산되면서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잘못된 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병을 키우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하면서 건강검진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고 있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건강검진의 암 오진 관련 피해상담이 2010년보다 138% 늘었다. 오진의 이유 중 추가검사 소홀(33.5%), 영상판독 오류(31%)의 비중이 컸다. 이는 수검자의 질병여부를 좀더 세밀하게 확인했거나, 검사결과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오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검진이 돈이 되는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가격경쟁이 벌어지거나, 비쌀수록 좋다는 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상업주의가 만연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특히 많은 국민들이 건강검진을 직장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공공검진에 의존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2009년에 실시한 국민 암검진 수검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4년 17.7%였던 이 공공검진 비율은 2009년 34.7%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수검자 중 직장·지역 건강보험을 통해 검진에 참여하는 경우도 70%를 넘었다. 그러나 공공검진에서는 덤핑경쟁, 장비의 차량이동에 따른 안정성 문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검진하는 데서 발생하는 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건강검진이 질병발생 및 의료비 지출 감소,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수검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의 본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오진을 유발하는 제도적 허점을 찾아내 불가피한 오진을 최소화하고, 검진결과에 대한 사후관리가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