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어지는 환율 하락세 차분하게 대응하길
입력 2012-10-23 18:30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1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 내린 1103.1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달러 당 1180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주로 수출에 기대왔기 때문에 환율 하락을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전자업계는 영업이익이 약 3000억원, 자동차업계도 수출 매출이 약 2000억원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환율에 지나치게 민감해질 필요는 없다. 특히 이번 환율 하락의 배경이 미국과 유럽의 양적완화를 통한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늘어난 데다 세계 경제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 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은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하나의 환율하락 배경은 원화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5∼10% 저평가됐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최근 12곳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원화가 적정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전제와 함께 내년 2분기 원·달러 환율을 평균 1088.20원으로 전망했다.
불안한 것은 환율 하락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원화 절상률은 지난해 말 대비 4.2%로 중국 위안화 0.8%, 홍콩 달러 0.3% 등 경쟁국 통화보다 큰 편이다. 거꾸로 일본 엔화 가치는 같은 기간 1.4%나 떨어졌다. 다만 다행인 것은 엔·달러 환율은 80엔 전후에 묶여 있으며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으리라는 일본 은행들의 전망이다.
원화가치 상승은 원자재 등 수입제품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이외의 제품 경쟁력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한다. 외환 당국 역시 환율 하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급등락을 예의주시하되 수출 대기업 위주의 고환율 정책 유혹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