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공탁금-이제는 돌려 받아야 한다] 전범기업 “퇴직할때 주겠다”… 148개 항목 임금 착취
입력 2012-10-23 22:13
2회 : 사라진 102만명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공탁금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일본 전범(戰犯)기업들로부터 ‘명목임금’뿐 아니라 각종 수당과 연금, 예금, 보험금 등도 받지 못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일제는 전시 국민징용령을 실시하며 강제동원 노무자들의 임금 중 무려 148개 항목의 각종 수당을 강제로 공제하게 했다. 그러면서 “전후(戰後) 또는 해당 근로자의 사후, 퇴직 이후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제가 강제동원을 통해 전범기업에 노동력을 무한 제공하고, 전범기업은 근로자 임금에서 각종 수당 명목으로 착취한 돈을 전쟁자금으로 공급한 구조인 것이다. 이런 수당에는 ‘항공근무수당’ ‘군사참회수당’ ‘출근장려수당’ ‘불취업수당’ ‘방공수당’ ‘해고수당’ ‘정근수당’ ‘결전수당’ ‘결혼수당’ ‘함선준공수당’ ‘응징수당’ 등 말도 안 되는 항목이 붙었다.
근로자들은 또 가족수당을 우선 공제당했고 상여금 역시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일제에 헌납했다. 여기에다 ‘광부저금’ ‘국민저축조합저금’ ‘우편저금’ ‘은행저금’ ‘사내예금’ 등의 명목으로 임금 일부분을 저당 잡혀야 했다. 양로연금, 폐질(장애)연금, 유족연금 등에도 강제로 가입해야 했으며 퇴직금조차 임금에서 공제당했다. 사망한 일본군의 특별조의금과 일반조의금, 부상당한 일본군의 상병(傷兵)위로금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금에서 빠져나갔다. 결국 강제동원 근로자들은 온갖 이름의 수당으로 돈을 뜯겨 실제 임금은 쥐꼬리만했다는 얘기다.
2차 대전 패전 후 들어선 일본 정부는 외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별 배상 요구가 몰려들 것에 대비해 45년부터 미지급 임금을 도쿄은행에 공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차 대전 이전 일제가 해당 기업에 지급하도록 책정한 수당마저 공탁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결국 2010년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보내온 ‘조선인 노무자 공탁 기록’은 강제동원 피해자 규모뿐 아니라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도 턱없이 축소된 것이다.
특별취재팀 =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성규 기자 zhbago@kmib.co.kr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