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비상등] 그룹 주력 계열사까지 3분기 ‘어닝 쇼크’ 공포 확산
입력 2012-10-23 18:47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어닝 쇼크’(실제 실적이 예상치보다 나쁜 것)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수출과 내수가 예상보다 심각한 부진을 보인 탓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발표한 118개 주요 상장사 중 77.1%인 91곳은 최근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연결기준)가 이달 초보다 줄었다. 기업 21곳은 전망치가 증가했으나 그 폭이 0∼8% 수준에 그쳤고 3곳은 변동이 없었다. 나머지 3곳은 적자였는데 이 가운데 2곳은 적자폭이 줄었고 1곳은 확대됐다.
실적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처럼 대부분 기업의 3분기 전망치가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것은 그만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8조원대의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을 제외하면 SK, 현대차,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LG전자, 기아차, 에쓰오일 등 각 그룹 주력 계열사의 최근 실적 전망치는 이달 초보다 하락했다. 특히 항공, 해운, 철강, 통신, 은행, 기계 업종의 하락 폭이 커 어닝 쇼크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통신업종의 경우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라 LG유플러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이달 초 403억원에서 최근 212억원으로 47.4% 떨어진 것을 비롯해 SK텔레콤은 15.4%, KT는 6.3% 각각 하향 조정됐다.
항공·해운업종 역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한 달도 안 돼 아시아나항공은 17.4%, 대한항공은 8.1%, 한진해운은 17.1% 각각 떨어졌다.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5620억원에서 4400억원으로 21.7% 줄어드는 등 내수 업종인 은행의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국내 기업들의 어닝 쇼크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9월 수출은 내내 작년 동월보다 감소했다.
실적 전망이 악화됨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세계 3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선박 발주가 급감하자 창사 40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을 두고 산업계에선 대규모 감원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미 중소형 조선사들은 연쇄 도산 위기에 직면해 수출입은행 등의 긴급 수혈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며, 대형 조선사들도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조선업계 불황은 조선업계 자체에 그치지 않고 철강업체 등 연관산업 불황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종 불황을 겪는 건설사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한국GM(130여명), GS칼텍스(70여명), 대한항공(50여명) 등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