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무 줄여 퇴직 이후 준비… 50세 이상에 ‘근로시간 단축권’

입력 2012-10-23 19:09

50세 이상 근로자들은 사업자에게 근로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권’을 갖게 된다. 사업주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정년을 연장해 줄 경우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지원한다. 장년층에게 인생 2막을 설계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동시에 고용과 정년을 늘리는 ‘일석삼조’를 노린 정책이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한 뒤 6개월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며 여야 모두 정책 방향에 큰 이견이 없어 향후 입법과정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근로기간이 늘어난다는 점은 기존의 임금피크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노사간의 합의 또는 취업규칙에 의해 정해지는 데 비해 근로시간 단축권은 50세 이상 개별 근로자의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연계한 정년 연장이 사업주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점도 다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장년 근로자가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경우 의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하거나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불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장근무를 포함해 주 60시간 일하던 50대 근로자가 30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경우 사업주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의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이 근로자가 줄인 근로시간을 채우려고 또 다른 50대 이상 근로자를 채용하게 되면 사업주에게 일정 금액이 지원된다. 만일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연장키로 사업주와 합의했다면 줄어든 임금의 일부를 정부가 근로자에게 지원해 준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도입으로 장년 근로자는 일하면서 퇴직 이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장년 근로자들과의 일자리 나누기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정년퇴직이나 경영상 해고 등 비자발적 사유로 직장을 떠나는 장년 근로자에게는 재취업·창업교육 및 취업알선 등을 의무적으로 지원토록 했다. 아울러 현재 법률에서 사용되고 있는 고령자(55세 이상) 및 준고령자(50∼54세)의 명칭을 ‘장년(長年)’으로 바꾸기로 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