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공탁금-이제는 돌려 받아야 한다] 일제 강제동원 노무자 ‘숨겨진 공탁금’ 더 있다

입력 2012-10-23 22:10


2회 : 사라진 102만명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공탁금

일본 정부가 제공한 강제동원 노무자 공탁금 액수가 실제 존재하는 공탁금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102만명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채권자 권리 회복과 진상 규명 차원에서 정부가 정확한 공탁금 규모를 파악하고 일본을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는 일본 정부가 1945년 해방 직후 조선인 노무자가 받지 못한 임금 현황을 조사해 만든 2건의 공문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문서들을 일본 정부가 제공한 2010년 4월 ‘조선인 노무자 공탁기록’과 비교·분석한 결과 일본 정부 제공 기록이 공탁금 수령 대상 인원과 금액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2010년 4월 공탁금 내역을 우리 정부에 보내면서 “도쿄은행에 공탁돼 있는 조선인 노무자 몫은 6만4279명분 3517만엔이며 이 외에는 더 이상 노무자 관련 공탁금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3분의 2가 넘는 2489만엔은 강제동원 피해와 무관한 조선인 주주들의 주식 값으로 밝혀졌다. 결국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노무자 공탁금으로 6만2799명분 1046만엔만을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이다.

그러나 도쿄 인근 일본공문서관 쓰쿠바 분관이 소장 중인 ‘노동성 조사 조선인노동자의 미불금 공탁처 일람표’의 공탁금 수령 대상 인원 및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50년 10월에 작성된 일람표 상에는 조선인 노무자 14만9587만명 분의 공탁금 1732만엔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본 정부가 통보해온 최종 공탁금 내역보다 인원 면에서는 배 이상 많고, 공탁금도 1.5배 정도 많은 수치다.

일람표는 또 863개 기업이 조선인 노무자 공탁 대상 기업이라고 기록한 반면, 일본 정부는 공탁금이 존재하는 기업을 247개라고 특정했다. 60여년 사이에 공탁 대상 기업 수가 616개나 줄어든 셈이다.

쓰쿠바 분관에 소장된 또 다른 공문서 ‘귀국 조선인에 대한 미불임금 채무 등에 관한 조사(50년 11월 작성)’ 상에도 조선인 노무자가 받지 못한 임금 내역은 14만8143명분 2676만엔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 조선인 노무자 공탁금은 2건의 공문서에 나온 액수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밝힌 102만명의 강제동원 피해자 대부분은 임금을 온전히 받았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또 45년 종전 직후 연합군총사령부가 일본 기업들에게 공탁을 지시했을 뿐 이들 기업이 공탁을 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았고,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갖가지 수당을 임금에서 공제하고 이를 공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를 감안할 때 최소 수십만 명의 공탁금이 사라진 셈이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정혜경 조사 2과장은 “쓰쿠바 분관에는 13만5497권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폐쇄기관 청산관계자료’가 존재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탁금 관련 문건이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이 자료에 대한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성규 기자 zhbago@kmib.co.kr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