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비상등] ‘주가↑·환율↓’ 패턴 깨졌다… 글로벌 자금 넘쳐나고 기업 동력 떨어져 동반하락

입력 2012-10-23 18:47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환율은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1원 내린 1103.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도 사흘 연속 하락하며 1926.81로 장을 마감했다.

증시가 하락하면 환율이 오르는(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일반적 흐름과 달리 증시·환율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최근 빈번하다. 왜 증시와 환율이 함께 떨어지는 것일까.

이날 환율은 일단 유로화 강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스페인 집권당의 지방선거 승리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1101.50원으로 개장해 1100.00원까지 수직 낙하했다. 유로화 강세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지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1100원대를 위협했다. 뉴욕증시 소폭 상승, 일본 중앙은행(BOJ)의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도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 환율은 외환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여나갔다.

환율이 빠지는 동안 코스피도 ‘파란색 지수’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는 개인이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소폭 상승 출발했지만 마땅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데다 외국인·기관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1930선이 무너졌다.

통상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증시는 오름세를 탄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국내 증시나 채권시장으로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주가·환율 동반 하락의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꼽는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3차 양적완화(QE3)를 시행한 이후 글로벌 자금은 신흥시장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다. 외화가 밀려오면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높아진다.

여기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경기는 기업 실적 하락, 수출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결국 증시가 상승할 동력을 잃고 하락하는 것이다. 동양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미국 등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에 푼 자금의 신흥국 유입과 글로벌 경기침체 가속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원화 강세에 비해 증시 강세 현상이 과거보다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환율은 주식 흐름과 큰 관계없이 당분간 날개를 잃고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DB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위원은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영향으로 환율은 연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찬희 이경원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