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국제연합일
입력 2012-10-23 18:36
10월 24일 국제연합일은 1975년까지 공휴일이었다. 6·25전쟁 중인 50년 9월 16일 유엔 창립과 유엔군 참전을 기념하기 위한 휴일로 지정돼 늦가을 한 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유엔 기구 가입 승인에 대한 항의 표시로 76년 9월 공휴일 지정이 취소됐고 대신 10월 1일 국군의 날이 휴일이 됐다. 이후 국제연합일은 국가기념일로만 남아 있다.
유엔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50개국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여 국제 평화와 안전을 목표로 한 범국가 기구를 만들자는 유엔헌장에 서명한 뒤 비준 절차를 거쳐 45년 10월 24일 출범했다. 유엔 총회는 47년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했고, 71년에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이를 공식 휴일로 준수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 2782호를 의결했다.
유엔은 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승인했고 남한 정부를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했다. 6·25전쟁이 나자 유엔은 즉각 유엔군 파병을 결의해 21개국 연합군이 참전했다. 우리나라는 91년에야 남북이 함께 유엔에 가입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일찌감치 유엔 창설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했다.
국제연합일에는 세계 여러 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유엔 센터는 매년 10월 20∼26일을 유엔주간으로 지정해 각종 회의와 토론회, 전시회, 콘서트 등을 개최한다. 미국은 해마다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발표한다. 우리도 과거에는 대통령이 기념사를 낭독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유엔협회가 간소한 기념행사를 갖는다. 부산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에서는 해마다 한국전 참전 유엔군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다. 기념공원은 51년 4월 유엔군사령부가 전사자 매장을 위해 조성해 한때 1만1000여 유해가 묻혀 있다가 현재는 2300여구가 안장돼 있다.
올해 국제연합일은 더 각별한 듯하다. 유엔 관련한 낭보가 연이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우리나라는 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2년 임기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에 진출했다. 2006년과 지난해 제8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출과 연임에 이은 쾌거다. 지난 20일에는 유엔의 비중 있는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이번 국제연합일은 우리나라 국제 위상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음미하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 더불어 17개국 4만896명에 이르는 유엔군 6·25 전몰자의 희생이 우리 현대사에 갖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